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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고 하면 대부분 연인 사이의 낭만적인 감정을 떠올리죠. 하지만 우정 또한 사랑의 다른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더욱 순수하고 지속적인 사랑의 모습일지도 모르거든요.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정말로 기적입니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와 같은 주파수로 살아가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봐도 놀라운 일이에요.
연인 사이의 사랑이 열정적이고 격렬하다면, 우정의 사랑은 잔잔하면서도 깊어요.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 하는 마음, 상대방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 힘들 때 언제든 달려가고 싶은 마음. 또 친구를 향한 마음은 조건이 없죠. 아름다워서, 성공해서, 도움이 되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그 사람이기에,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기에, 그 사람의 웃음소리가 좋기에 사랑하는 것이에요.
제가 힘들 때 저를 살린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친구들이었어요. 세상이 온통 어둡게만 보이고,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을 때도 친구들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거든요.
진정한 우정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아서 더욱 소중해요. 함께 웃고, 함께 울고, 때로는 다투고 화해하며 쌓아 올린 시간들이 우정의 깊이를 만들죠. 서로의 가장 어두운 면까지도 받아들이게 되고, 가장 치부스러운 모습까지도 보여줄 수 있게 되는 관계. 친구 앞에서는 가면을 벗고 진짜 저를 만날 수 있었어요.
좋은 친구는 서로를 성장시켜요. 때로는 따뜻한 격려로, 때로는 쓴소리로 서로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돕고, 내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을 때 용기 내어 지적해 주고, 힘들어할 때 묵묵히 옆에서 버텨주기도 하며, 성공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실패했을 때도 변함없이 믿어주면서 말이에요.
세월이 흘러 각자 다른 길을 걷게 되어도, 오랜만에 만났을 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 그런 관계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해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인생에 든든한 동반자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세상에 완벽한 사랑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정의 모습일지도 몰라요. 조건 없이 받아주고, 변함없이 믿어주며, 끝까지 함께해 주는 마음. 그런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우리는 이미 충분히 사랑받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