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6.
보다시피, 현재의 내 모습이다.
사실 글 쓰는 일은 내 오랜 꿈이다. 어릴 때부터 글에 관심이 많았고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품었다. 그리고 '잘'쓰고 싶었다.
말이 많은 사람이 글을 잘 쓸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 확률적으로 글도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반면 말을 잘 못해서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이 나다. 평소 말하는 속도도 느린 데다가 생각을 말로 뱉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늘 생각은 많았고 가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걸까 하고 답답할 때도 많아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나도 모르는 우울감이 찾아올 땐 항상 그 어둠을 썼다. 어떻게 보면 내 마음이 아파서 글도 많이 아팠던 것 같다. 그땐 그게 우울을 해소하는 방법인 줄도 모르고 스스로 시인이 된 착각 속 기분을 느껴가며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무작정 써 내렸다. 누군가를 보여주기엔 부끄러운 글이라고 생각해서 블로그에 혼자 끄적이는 게 전부였는데, 한 번은 친구가 우연히 내 글을 보고 가사를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네가 쓴 시는 노랫말 같다고. 최고의 칭찬이었다.
한참 그 칭찬 바람이 불어 신이 나게 글을 쓸 적도 있었다. 사랑에 빠진 내가 어둠이 아닌 사랑을 쓰고, 무의식의 나를 헤치고 헤쳐 끄집어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우울의 무게는 점점 더 커져가고 정리되지 않은 채 얽히고설킨 말들을 글로 풀어낼 재간이 없었다. 능력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에 시동만 걸어보다 액셀을 밟지 못하고 다시 포기하기를 수십 번, 누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차치하고 일단은 많이 쓰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라나. 그런데 그렇게 많이 쓰다 보면 언젠가는 잘 쓰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방전된 내 배터리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나는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한 작전으로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쓰고 있다. 어떻게 보면 숙제처럼 하고 있는 일이지만 이 작전을 잘 마치면 번아웃 극복의 성에 한 걸음, 아니 보다 많이 가까워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