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ep1
조이를 키우고 크게 슬펐던 적이 없었다. 매번 건강하고 잘 먹고 잘 뛰고 잘 지내주었다.
우리의 일상은 늘 단조로웠지만 행복 그 자체였다. 네가 아프기 전까지
작년 역시 우리의 행복은 쭈욱 이어졌다. 심장병초기인걸 알기 전까지,
심장병 초기라는 말을 듣고 내내 슬펐다. 울고 웃기를 반복했다. 내 강아지가 왜 아파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하지만 잘 지내준 덕분에 26년을 맞이했고 생일을 앞두고 있는 조이는 12살이 되었다.
올해는 왠지 기분이 남다르다. 12살 강아지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10살은 진즉에 넘었으니 지금을 잘 유지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한 해가 지나갈수록 감사함으로 가득하다 네가 잘 유지해 줘서 감사하고 잘 자고 잘 먹는 모습에 감사하다.
심장병은 무시무시한 병이다. 진행함에 있어서 더 괴로워지기 때문이다.
온전한 네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싶다.
여전히 2개월 아이 같은 조이인데 벌써 12살이라니, 세월이 야속함이 바로 이런 것인가?
동물병원에 가면 조이랑 비슷한 아이들을 만날 때면 모두가 하는 말이 있다.
“돈 먹는 하마”라고…ㅎㅎㅎㅎ 물먹는 하마가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병원 가는 횟수가 잦아 돈 먹는 하마가 되는 것이다.
모두가 늘 그렇듯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매일 좋은 광경만 볼 수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나도 어쩌면.. 나도 언젠가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조이 역시 이주마다 병원을 가서 약을 타고 침을 맞고 체외충격파를 한다.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커피 한잔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치료를 받고 나면 다시 제법 또렷해진다. 마치 우리가 처음 만났던 순간처럼 말이다.
작년에도 올해도 병원 가는 일이 잦아졌지만 너와 함께라 행복하다. 돈은 벌면 된다 그리고 열심히 널 돌볼 것이다.
ep2
조이가 다니는 병원은 10년도 넘게 다닌 병원이다. 몇 번의 이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곳을 고집했다.
내 성격상 새로운 곳을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한 사람과 인연을 맺는 걸 선호하기 때문이다.
나 다음으로 조이를 가장 잘 아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내가 체크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체크해 주시니
매번 감사할 따름이다. 요즘에는 조이를 잘 돌봐주시는 것도 감사하지만 나의 마음까지 케어해 주신다.
조이의 심장병 이슈로 처음으로 선생님 앞에서 눈물을 보였을 때 함께 울어주시기도 했다.
온전히 나와의 대화에 집중해 주셔서 마음이 조금 안정되기도 했다. 심장병임을 알고 나는 이야기를 듣다가
오열 아닌 오열을 했다.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던 터라 너무 당황했고 조이의 세월을 함께 느끼는 날이기도 했다.
걱정 많은 나를 매일 다독여주는 선생님 덕분에 마음은 늘 평온해지는 듯 하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무겁기만 했다.
고개를 떨구고 흐느끼고 있을 때 옆에서 조이가 날 빤히 보는데 눈물이 더 쏟아졌다.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이 약해서 널 더 힘들게 할까, 조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엄마고 나는 언니야! 그래서 힘내야 돼!라고 다독인후 집으로 돌아왔다.
작년 말 한창 크리스마스를 기다릴 때 나는 조이의 심장병이 조금 더 진행됨을 알았다.
바로 병원에 가서 심장약을 먹기로 하고 치료 방향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여지없이 눈물이 났지만 진지하게 이야기해 주셨다.
“조이언니는 잘하고 있어요 지금처럼 병원 오셔서 체크하고 약 잘 먹이면 잘 유지될 거예요”
나도 모르게 선생님께 의지 아닌 의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말 한마디가 참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괜찮다는 말이 나를 살게 한다는 것을,
ep3
병원에 갈 일이 잦아지니 자연스렇게 차 안에서 널 담는 일이 많아졌다.
신호가 걸릴 때면 늘 너를 봤고 널 담았다. 늘 한결같이 나만 바라봐주는 착한 내 사랑 조이
언니가 늘 가기 싫은 병원 데리고 다니는데도 뭐가 좋다고 매일 헤헤하는 조이다.
며칠 전 나의 20년 지기 친구를 만나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친구 역시 15살 강아지를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강아지의 나이 듦에 대해 이야기했다.
친구의 한마디가 머리에 남는다. 마지막까지 내 욕심이 아니었나 하고 말이다. 아프다고 흐느끼는 널 놓아주지 못하는 내 욕심
더 함께 하고 싶지만 약으로 너의 수명을 이어지게 하는 게 나의 욕심이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하지만 사랑하는 널 앞에 두고 같은 상황이었어도 내 욕심을 부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이다.
“그냥 먹고 싶은 것도 잔뜩 주고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시간 많이 보내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해 줘 “
마음이 쿵했다. 건강 생각한다고 늘 간식도 적게 주고 춥다고 산책도 안 나가고 아이가 생겨 소원하기까지 했으니,
조이가 바라는 건 좋은 집도 좋은 차도 좋은 장난감도 아니고 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 함께 있는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걸, 언니가 조금 더 부지런해질게
ep4
동물병원 선생님은 따뜻하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것만으로 부족해 조이를 정말 이뻐해 주신다.
신기하게 내가 반려동물 산업에 있었을 때도 우연히 선생님을 만났었고 이후 몇 번을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었다.
10년 동안 한결같이 나를 대해주시기도 했으며 조이 덕분에 좋은 선생님을 알게 되어 기쁘기도 하다.
조이로 인해 맺어진 인연이 많다. 조이는 나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주었고 나를 더 성장시키기도 했다.
작은 아이가 가지고 있는 힘이 엄청났다. 날 이만큼 이끌었으니 말이다.
요즘에는 병원에서 이야기하는 횟수가 늘어났고 나는 때때로 심오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다가오지 않을 미래를 굳이 꺼내 나의 감정을 슬픔으로 가져가는 게 내 정서에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이렇게 감정연습을 하지 않으면 힘들 것 같아서 겁이 났다. 그때마다 선생님은 우리가 잘 이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태어나 다시 먼 길로 돌아갈 때쯤 당연히 슬프겠지만 그것이 자연스러움이기도 하다고 말이다.
조이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아이가 떠나면 남겨진 우리는 어떻게 지내야 할까?
많이 슬퍼하고 애도하고 감정을 표현한다는 건 정신이 건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모르겠다. 늘 마음이 이렇게 왔다 갔다 한다, 더 나빠질까 봐 걱정했다가 좋아질 거야 조이는 대학까지 갈 거야 하고 말이다
ep5
26년이 되고 첫 가족모임을 했다. 아이가 있어 매일 우당탕이지만 조이는 차분하다.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조이와 시간을 보냈다. 얼마 만에 가벼움인지 모르겠다.
아이가 있으면 유모차에 짐에 정신없이 흘러갔을 테지만 조이를 한 손에 안고 온전히 사랑할 수 있으니 기뻤다.
조이도 내심 이 순간이 좋은지 열심히 산책도 하고 킁킁이도 했다. 우리 둘이서 하는 산책이 이렇게 소중할 줄이야
육아 선배님들이 하는 조언은 틀린 게 없다. 아이가 없을 때 많이 즐기라고..ㅎㅎㅎㅎ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다 즐긴 것 같은데 더 이상 어떻게 즐기라는 걸까 했지만 아이가 생기니 알 것 같다.
아무래도 아이가 클 때까지는 즐기지 못할 것 같다..ㅎㅎㅎ 그래도 조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어떻게 해서든 지켜내야 한다
26년 그리고 12살 강아지와 함께하는 일 년은 또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다.
올해는 잘 유지해서 온전히 내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싶다. 나의 부탁은 여기까지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모든 분들도 올 한 해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모두 잘 되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