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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Oct 04. 2023

내 미소를 본 호주 사람들은 이렇게 답했다

23-02-22


오늘을 끝내며 나는 한국으로 완전히 돌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태즈메이니아에는 리치몬드라는 동네가 있다. 이곳 또한 관광지로 꽤 유명한 곳이다. 호주의 시작인 만큼 처음 만들어진 곳이 많은 태즈메이니아,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가 리치몬드에 있다. 사진을 보면 별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래서 난 또 별 기대가 없었다. 기대는 없었지만 우선 떠난다. 오늘 근무를 받지 못했다.



도착하자마자 평온한 기운이 나를 감싼다. 이 평화로움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호주는 돌아다녀봐야 알 수 있다. 실제로 그곳에 서서 겪어봐야 그 장소가 제대로 느껴진다.



리치몬드에는 유명한 빵집이 있고, 한국인들은 여기서 관자파이를 많이 사 먹는다. 다른 걸 먹을까 하다가 나도 괜히 유명한 건 한 번쯤 먹어봐야 할 것 같아 관자 파이를 샀다.



나는 카레가 들어간 음식을 그리 즐기지 않는데 카레가 들어가 있다. 그래서 그럭저럭인 맛이었다. 다만 파이지가 아주 바삭하고 맛있었다. 이 파이지를 경험하기 위해서라도 이 빵집에서 빵 한 번은 꼭 사 먹어보는 게 좋겠다. 이런 색다른 느낌의 파이를 먹어보는 것 또한 경험이니까.


한적하게 리치몬드 동네를 구경하다가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태즈메이니아를 떠나기 전 집 주변 곳곳을 빠짐없이 구경하고 싶다. 호바트 인근에서 꽤 유명한 해변인 7마일 비치에 들렀다. 바다가 아주 멋있지는 않았다. 내가 7마일이나 되는 넓고 긴 바다보다 작은 해변을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서양권에서는 우리나라와 웃는 얼굴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 우리는 눈이 웃어야 웃는 것처럼 인식하지만, 서양권에서는 입이 웃으면 웃는 걸로 인식한다. 우리나라는 웃는 이모티콘을 ^^로 사용하지만 외국은 :)로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글라스를 끼고 해변을 산책하고 있으면 반대편에서 걷는 사람들이 나를 보며 웃어 준다. 내가 미소를 짓고 있기 때문에 함께 웃어주고 인사를 건넨다. 나는 이런 상호작용이 정말 신기하다. 그래서 나는 원래 바깥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사람이지만, 해변에 나올 때면 더 큰 에너지를 충전하게 된다.


사람들이 함께 웃어준다.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내가 웃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같이 웃어준다. 선글라스 안 보이지 않는 눈에 눈을 마주치며 그렇게.


인종차별적인 시선인지는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나를 보고 웃어줬고, 인사해 주고, 나를 향해 따봉을 날려줬으니 난 그걸로 좋다. 아무튼 간에 기분이 좋다.



가까운 곳에 트레킹 코스를 찾으려 했지만 실패하고, 작은 해변을 들렀다 집에 왔다. 그리고 태즈메이니아에서 나가는 페리 티켓을 구매했다.


요즘 나는 계속 내가 갈 길에 대해 고민한다. 이 삶이 너무 좋으니, 메인랜드 농장에 가서 워킹홀리데이를 1년 연장할 수 있는 비자 요건을 맞춰 놓을까? 돈부터 많이 모아놓고 호주 전역을 여행하면서 지금처럼 글을 쓸까? 그러고 나서 한국에 가서 대학원을 갔다가 유학으로 다시 돌아올까?



하지만 내 정답은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생에 정답이란 없는 거지만 내 정답은 한국에 있는 게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내가 아주 생산적인 사람이란 걸 안다. 어느 공장이나 농장에 가서도 손에 꼽히는 탑워커가 될 자신이 있다. 어린 시절 숱하게 겪어온 농장 경험 덕분이다. 공무원으로 지내던 시절의 경험을 비추어 봐도 그렇다. 어떤 일이 주어지면 기대치 이상의 결과를 내놓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지금 가려는 길은 내가 자신 있는 분야와 전혀 다르다. 뭔가 주어진 걸 잘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걸 내 스스로 만들고 싶다. 그에 비해 워킹홀리데이 워커로 사는 지금의 삶은 비록 오늘 일을 못했고, 내일 일을 하게 될지 모른다 할지라도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나에겐 호주에서의 삶을 연장하는 게 일종의 보험 같은 일인 거다. 그래서 자꾸 보험을 들고 싶은 유혹에 빠졌다.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일보다 훨씬 쉬울 것만 같으니까.


그래도 돌아가려 한다. 보험을 들기 위해 숱한 다짐들을 했던 게 아니었으니까. 안정적인 삶을 원해서 공무원 연금을 다 받아낸 게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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