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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Oct 02. 2023

태즈메이니아 여행의 핵심은

23-02-19, 태즈메이니아 마리아 아일랜드


해변에 위치한 집에서는 당연한 일인지 바다가 보인다. 세수를 하고 있으면 도로록 파도가 굴러가는 소리도 들린다. 해 뜨는 시간의 찬란함에 눈이 멀어 내 발길이 바깥으로 향했다.



분홍색 구름들에 뒤덮인 하늘 아래 들고 나온 커피를 홀짝이면서 아침부터 싱글벙글하다. 그리고 또 지나가는 태즈메이니아의 아침을 보며, '태즈메이니아가 너무 그리워' 생각한다. 흘러가는 이 아침처럼, 이곳에서의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옆 쪽으로 한 아저씨가 등장했다. 외관이 호주 원주민처럼 보이는 분이었다. 호주에서 지내본 사람이라면 대충은 알겠지만 애보리지널은 우리에게 그리 관대하지 않다. 화이트들에게 억압당해 왔던 상한 감정을 우리에게 풀기 일 수다. 그리고 내가 사는 동네는 괜찮은 편이지만 무법천지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 벌어지는 곳도, 이 태즈메이니아에 있다. 그러니 긴장이 될법한 상황이다.


그런데 아저씨는 나에게 외쳤다. "저기 돌고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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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떻게 돌고래가 있냐는 얘기를 나누다가, 아저씨는 갑자기 본인은 퀸즐랜드에서 왔는데 거기선 사람들이 돌고래가 물고기를 몰아줘서 친하게 지낸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리고 나는 정말 수 없이 많은 돌고래를 보며 감탄하느라 정신이 없어져서, 아저씨는 "굿모닝~" 하며 돌고래 한 마리, 한 마리에게 건네듯 인사를 했다.



해가 뜨기도 전에 하루를 시작한 이유가 있다. 웜뱃을 볼 수 있다는 마리아 아일랜드 여행을 가기 위해서다. 어느 바다건 마찬가지지만, 도착하자마자 여기 바다색이 왜 이래? 하며 또 감탄한다. 아직 봐도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호주 바다다.



그리고 트래킹 코스를 한참 고민하다가 숲길을 먼저 들어갔다. 나는 바다를 좋아하니 바다를 마지막에 돌고 싶었다. 내가 오늘 급히 마리아 아일랜드를 찾은 이유가 있다. 어제, 포트아서에 가는 길에 아주 짧은 트레킹 코스가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배낭을 메고 운동복 차림을 한 여행객들이 많았다. 태즈메이니아 여행을 찾아보면 트레킹이 많이 나온 건 우연이 아니었다. 어쩌면 태즈메이니아의 최고 관광은 트레킹이라는 걸 어제가 돼서야 얼핏 알게 된 거다.



그리고 마리아 아일랜드의 숲길을 걸으며 확실하게 깨달았다. 유칼립투스 향기에 절여지는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하며, "태즈메이니아에서는 트래킹을 해야만 해!!" 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Sugar high라는 말이 있던가? 당이 들어와서 기분 좋아지는 것과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의 Eucalyptus high 상태에 빠졌다. 내 몸이 초록기운으로 가득 찼다.



길을 걷는 도중에는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 어디서 야생 동물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 이 섬에 찾은 관광객의 대부분은 야생동물을 우연히 만나길 기대하며 온다. 특히, 웜뱃. 하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날이 더운 날이라 그런지 우연히 돌아다니는 동물들을 만나기 어려운 날이었다. 운이 좋게 만난 건 수풀 속을 뛰어다니던 왈라비다.



이런 뷰를 두고 앉아 싸 온 샌드위치를 먹었다. 옆으로 이스라엘에서 여행을 온 부부가 앉았다. 몇 개월동안 여행 중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나에게 호주 남자를 소개해 준단다. 호주 남자는 동네북인가? 벌써 이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이 호주 남자 만나서 결혼하고 여기서 정착하라고 한다. 호주는 정말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대단하다.



나무 하나 없이 해가 쨍쨍 내리쬐는 코스를 지나 한 해변에 도착했다. 사진 찍기에 열중인 아시아 계열 친구들이 보여 내 사진도 찍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내 사진을 아주 심혈을 기울여 찍어주고 또 본인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여섯 명이 함께 여행 온 대만친구들이었는데 데본포트에 있는 코스타에서 왔다고 한다. 코스타는 대형 농장 체인이라고 할까? 워킹홀리데이 워커들에게는 익숙한 농장이다.


태즈메이니아에 워킹홀리데이를 오면 보통 데본포트에 있는 코스타로 간다. 나는 호바트에 왔지만 말이다. 코스타는 지금 근무일이 주 7일 중 6일에 쉬지 않고 7시간에서 10시간을 일하고 있단다. 거기다가 거기는 한국인도 많고, 워킹홀리데이 워커들이 많이 모여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괜히 아쉽고, 잠시 행복했던 기분이 막 가라앉았다. 내가 놓친 일이 거기 있었다. 바보 같은 생각이다. 내가 오늘 얻은 것도 기억 못 하고 이런 생각을 하는 거다. 나는 호바트에 와서 일과 여행을 함께 누릴 수가 있는 건데 말이다. 데본포트는 여기서 두 시간이 넘게 걸린다.



남의 것을 보느라 내가 가진 걸 작게 보는 버릇은 여전히 불쑥불쑥 튀어 오른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겠지. 이곳에 왔기 때문에 내가 가질 수 있었던 것을. 다른 쪽을 선택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을 만큼의 행복을 이곳에서 얻었다는 사실을. 오늘 아침에도 깨닫고서 이렇게 금방 잊어버리는, 여전히 어리석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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