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12
유튜브에서 이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이걸 보고 나는 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한습체질이라 습한 환경에 정말 취약하다. 그래서 나는 여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비오는 날에는 짜증이 솟구치는 날도 많았다.
나는 하루를 꽉 채워쓰고 싶은 사람이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그래서 해야할 것도 많기 때문에. 지금의 나를 보면 나름 하루들을 알차게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침이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면서 기분전환을 하고, 열심히 일하고 돌아와서는 공부를 한다. 시간이 남으면 책도 읽는다. 남들 눈엔 단조로워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 모든 걸 재밌게 한다. 하루하루가 정말 신이 난다.
지금 나는 아침엔 5시반에 일어나고 밤엔 11시쯤 잔다. 그러고도 매일이 가뿐하고 개운하다. 그 이유는 지금의 호주는 아주 건조하기 때문이다. 날이 더워도 건조하기만 하면 몸이 힘들지 않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부터 구름이 잔뜩껴서 몸을 무겁게 하더니 기어코 비가 와서 나를 축 가라앉힌다. 창고에는 비가 샌다. 안 그래도 축축한 날씨에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토미도 습체질인건지 뭔지, 오늘 하루종일 소리를 지르고 다니다가 오전에 내가 패킹 실수한 건에 대해서 잔소리를 엄청 한다. Aus post라고 적혀있길래 그 포장지를 사용해서 포장했는데 운임이 비싸게 책정돼서 그러는 거였다. 아니 토미, 나는 몰랐잖아. 얘기하니 토미 말고 톰으로 부르란다. 쫌생이 톰.
퇴근할 때가 되니 귀신같이 비가 그친다. 무거웠던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 가벼워진다. 한국에선 6시간씩 자고 다니면 혼이 나간 듯 살았는데 여기선 아주 말짱하다. 덕분에 집에와서 장도 보고, 요즘 하고 있는 프로젝트 이번 주 과제를 마무리하고, 편지도 좀 적었다. 인체의 신비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