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1-13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이런 내용이 나온다.
심리학자들은 좋은 직장을 구하거나 꿈꾸던 도시로 이사를 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복권에 당첨되는 등 상황의 변화는 단지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의 수준에 일시적인 '충격'을 줄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끌어올린 행복은 지속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행복이 '선택' 가능하다고 한다. 이 문장을 읽고 나는 제대로 깨달았다. 나는 행복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어느 결정 앞에서도 행복을 선택한다. 어차피 벌어진 상황에서는 마땅한 이유를 찾고 행복을 갈구한다. 그래서 나는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나에 대한 이유를 찾았고, 걱정이 많은 엄마에 대한 이유를 찾았다. 그게 결국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말이다. 내가 요즘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단 걸 책을 읽고 알게 됐다.
요즘 나는 여러 명과 함께 일상 바꾸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컨설팅 또한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인데 내가 좋은 걸 배우는 지금 함께 배워가면 좋지 않을까 해서다. 배우는 족족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 준다.
오늘의 타깃은 토미, 그리고 지나다.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의 영어 이름을 찾아 30 lessons for living을 꼭 읽어보라고 토미에게 얘기했다. 토미는 책이라면 절대 싫단다. 지금은 싫어도 살아가다 언젠가 한 번쯤 생각이 나서 읽어볼 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하루종일 "30 lessons for living!"을 난 외치고 다녔다.
퇴근길에 보니 한국 빵집의 매번 비어있던 BEST 접시에 빵이 올려져 있다. 오늘 퇴근길은 기분이 어찌나 좋았는지 빵을 잔뜩 샀다. 셰어하우스 메이트들과 나누기 위해서다. 무슨 빵인가 했더니 생크림 단팥빵이다. 야호! 생크림 단팥빵은 내 최애빵이다. 사장님이 오늘 이 빵을 평소 때와 다르게 많이 만들어서 남편 분께 혼나셨다고, 그런데 내가 이렇게 빵을 많이 사가니까 참 신기하다고 하신다. "제가 오늘 5개 사려고 그러셨던 거예요~~"하고 빵집을 나왔다.
빵을 먹고 난 또 어려운 걸 하러 나섰다. 그러니까, 주변인들에게 얘기는 하고 있지만 이 행복에 대한 설득이 전혀 쉽지 않다는 걸 알았다. 최근에 평소에도 행복이 넘쳐 보이는 마크와 팀에게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말한 행복은 아주 주관적이다. 그들의 행복을 다른 이들에게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서로의 중간 지점쯤인 뉴타운에서 지나를 만났다. 내 이야기가 귓등에서 튕겨져 나오는 게 느껴진다. 내 말이 전혀 와닿지 않는구나.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행복을 선택할 수 있고, 변할 수 있다고 얘기해도 그걸 믿을 마음이 없구나. 왜 그런 건지 알 수 없어 어리둥절 하지만, 나는 그래도 계속 얘기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일이긴 하지만 내가 한 많은 말이 별 효과가 없다는 걸 느끼고 있다. 내가 심리학을 공부하고 상담에 관심이 있다고 했을 때 소피는 나를 말리고 싶어 했다. 세상에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인 거라고, 남을 바꾸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말하려 한다. 지금 당장 그들에게 전혀 먹히지 않을 이야기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인생의 어느 순간 불현듯 내가 했던 이상한 말이 떠올라 가던 길을 갑자기 꺾을지 모를 일이니까.
그 순간에 그들도 나처럼, '내가 이러한 시간을 보냈던 이유가 그 때문이었구나.' , '그 이상한 여자애 조이가 내게 이런 말을 했던 이유가, 내가 이렇게 되기 위해서였구나.' 같은 이상한 기분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