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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Sep 23. 2023

마음이 너무 부풀어 있던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23-01-31

살라망카 마켓에 갔던 날은, 날이 우중충해서 그런지 아주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어쩐지 구직이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것도 같았다. 지역이동 하던 중에 연락받은 시급을 잘 쳐준다던 제시카는 그 후로 연락이 되지 않는다. 알고 보니 태즈메이니아의 HR회사에 지원했던 이력서였는데 내 주소지가 시드니여서 시드니 지사에서 연락을 준 거였다. 그니까 태즈메이니아가 아닌 시드니에 있는 일자리였었다.


너무 좋은 시급과 근무조건이었다. 시드니에 비하면 태즈메이니아는 올라오는 공고도 한참 적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일자리를 구하긴 했다는 거다. 하지만 일이 많지 않아 주에 2-3일 정도만 일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상황이 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드니에서 너무 좋은 조건에서 일했다 보니 욕심이 가득 차 있었다. 어제는 집 앞 해변을 걸으며 나를 비워냈다.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 마음이 너무 부풀어 있던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계속 좋은 것만을 쫓고 있었다. 시급 32불에 눈이 멀어 있었다. 지금 일자리를 얻은 것만 해도 감사하다. 일주일에 300불만 벌어 방값과 기름값, 식사만 해결해도 충분하다. 저축을 목적으로 왔지만 그러지 못한대도 괜찮다.



이렇게 욕심을 덜어내고 나니 기분이 가벼워졌다. 오늘은 인터뷰를 갔다가 인덕션 서류들을 보냈다. 그리고 샌드위치를 싸서 또 집 앞 해변으로 나갔다. 그리고 행복함이 몰려 들어온다. 신기한 섭리다.



내 지금이 너무 큰 축복이라는 점을 항상 잊지 않아야겠다. 이런 좋은 곳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자체가 행운이다. 3시쯤이면 집 안에서 반짝이는 에메랄드 바다가 보인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더 큰 목표에 눈이 멀어 가지고 있는 것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바보가 되지는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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