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던 바디워시가 떨어져서 전에 선물 받았던 향 좋은 바디워시를 꺼냈다. 작은 용량인데 비싸서 아껴 쓰고 싶었던 제품이다.
나는 물건의 가치를 잘 모른다. 그냥 모든 것들은 제 역할만 충실하면 된다고 여긴다. 바디워시는 몸을 씻을 수 있기만 하면 되지, 굳이 비싼 걸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언젠가 한 친구가 생일선물로 바디워시를 사달라고 했을 때, 생일선물로 금세 다 써버리는 바디워시는 좀 아쉽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때 그 친구는 좋은 바디워시를 쓰는 건 단숨에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히 가치 있는 소비라고 했었다.
요 며칠 내가 좋아하는 향의 바디워시를 쓰면서 그 말의 의미를 여실히 깨달았다. 샤워를 하는 동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몸에 남은 잔향이 하루종일 내 마음을 들뜨게 했다.
얼마 전에는 우연히 어떤 말을 보았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좋지 않은 것들을 대충 쓰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학대라는 의미의 말이었다. 가성비를 추구하던 나로서는 뼈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내 삶을 알차게 채워나가는 것은, 나를 위한 사소한 만족을 하나씩 해나가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좀 더 나를 아껴주자. 이런 작은 것이 내 삶의 질을 결정한다.
-2023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