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항상 늦게 시작했다고 느낄까

계획 없이 시작한 1월의 끝에서

by 조이풀

1월이 끝나간다. 2026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한 달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눈을 감았다 뜬 사이에 한 달이 사라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나는 올해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외국어 공부, 운동,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는 사람들이 유독 많이 보였다. 그제야 비교가 시작되었다. 타인의 계획은, 계획이 없는 나를 바로 드러내 보였다.



비교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고,
나를 쉽게 초라하게 만들었다.



한파가 몰아치던 1월, 나는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회사에서 몸을 웅크린 채 버티고 있었다. 미래를 그릴 여유는 없었다. 살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강했다.


그때의 나는, 잘 사는 것보다 지금 당장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했다.

미래에 대한 보상은 자연스럽게 미뤄진 상태였다.


그나마 세운 유일한 계획은 하나였다. ‘올해는 좋아하는 것을 쌓아보자.’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자 이 생각조차 후회로 바뀌기 시작했다.

“나도 영어 공부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다른 자격증 하나쯤은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뒤늦은 질문들이 머리를 스쳤다.


돌이켜보면 나는 매년 열 가지가 넘는 계획을 세웠다. 매일 신문 읽기, 투자 공부, 한 달에 책 두 권 읽기 같은 목표들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중간에 포기되거나, 어느새 잊혔다. 그래서 이번에는 계획을 최소한으로 줄였던 것인데, 그 선택마저 잊고 있었다.


올해의 첫 목표는 단 하나, 브런치 작가 승인 통과와 연재였다. 몇 년 동안 고민만 하며 “쓸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신청조차 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승인만 받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자 그 목표는 작아 보이기 시작했다. 연초의 무덤덤함과 여유는 사라지고, 대신 불안이 몰려왔다.



뒤처지면 어쩌지.


"이것도 빨리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왜 나는 항상 늦게 시작했다고 느낄까?"

불안은 조급함을 불러왔고, 조급함은 후회로 이어졌다. 남들과의 비교로 시작된 감정은 점점 나를 압박했다.
‘현실을 받아들이자’고 마음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뒤늦게 시작한 나 자신에게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 감정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시작한 것을 후회해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 사실을 인정하자 머리가 조금씩 맑아졌다. 한숨을 돌리고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브런치 에세이를 일주일에 두 편 올리는 것도 나에게는 버겁다. 이제 막 시작한 나는 아직 글을 쓰는 근육이 없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가 2년 전, 3년 전에 시작했더라도 끝까지 했을까?
대답은 분명했다. 아니다.



나는 중도에 포기한 일이 훨씬 많은 사람이었다. 건축 설계를 그만두기 위해 코딩을 공부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시작했다가 접은 블로그만 해도 일곱 개쯤 된다. 여러 부업을 시도했지만 수익으로 이어진 것은 거의 없었다.


이런 나에게 또 다른 목표를 세우는 것이 과연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이 이번에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브런치 승인, 연재, 그리고 블로그까지.



어차피 그때 시작했어도 끝내지 못했을 일이라면,

지금 시작한 것이 늦은 게 아니라, 맞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어쩌면 그때가 지금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거짓말처럼 조급함과 불안이 가라앉았다.


나는 이제 막 시작한 사람이고, 지금부터 쌓아가면 된다.

지금의 속도를 인정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성실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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