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잃는 회사의 미래는 없다.

첫 회사에서 배운 것은 일이 아니라 '가르치는 태도'였다.

by 조이풀

첫 회사에서의 출근은 내 인생에서 꽤 중요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처음에는 남들처럼 사회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마냥 기뻤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일을 가르쳐 주는 사람들이 친절했다는 점이다. 신입의 실수를 예민함 없이 받아들이고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해주는 사수를 나는 그곳에서 처음 만났다.


생각해보면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건 꽤 드문 일이다. 그때 만난 사람들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도 이 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그 회사를 떠났지만, 돌아보면 배운 것보다 감사한 것이 더 많다.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실력보다 사람을 잘 만난 운이 컸다.


버틴 이유가 ‘일’이 아니라 ‘사람’인 회사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세 번째 회사다. 그동안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장면을 겪었다. 그리고 최근,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이 회사의 저연차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기보다 건축 자체를 떠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과 업계를 떠나는 것은 전혀 다른 결심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유는 명확했다. 사람이었다. 중소기업이지만 인원이 아주 적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후배들은 이직보다 설계판을 떠나는 쪽을 선택하려 한다. 아직 도면에 선도 제대로 그려보지 못한 채로 말이다. 박봉으로 유명한 업계이고, 중소기업이니 급여 수준은 뻔하다. 그럼에도 내가 신입이던 시절과 비교해보면 달라진 것은 돈이 아니라 배울 수 있느냐 없느냐였다


박봉은 참을 수 있어도, 배울 수 없는 구조는 견디기 어렵다.


후배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이것이다. “배울 수가 없어요.” 이 회사에서는 저연차가 스케치업 같은 3D 모델링만 반복하는 구조다. 문제는 그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것이다. 6년 차가 되어도 도면에 선을 긋기보다 여전히 모델링으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연차는 쌓였는데, 역할은 시작점에 머물러 있다.


더 큰 문제는 태도다. 물어보면 가르쳐주기보다 한숨이 먼저 돌아온다고 했다. “그걸 왜 아직도 모르냐”는 눈빛, 굳이 필요 없는 짜증. 후배들은 말한다. “그냥 한 번만 알려주면 될 걸, 왜 그렇게 한숨을 쉬는지 모르겠어요.” 한숨은 가르침이 아니라, 배움을 포기하게 만드는 신호다. 배우고 싶다는 의지는 계속 전달되지만 회사는 그 요청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사람이 없다면서도 저연차에게 도면을 맡길 기회는 주지 않는다. 6년 차에 과장을 단 직원이 그제야 본격적으로 도면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놀라움을 넘어 허탈해졌다.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성장을 요구하는 구조는 모순이다.


나는 1년 차 때부터 도면을 그렸다. 물론 잘 그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때의 상사들은 가르치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았다. 물어보면 답해주었고, 대충이 아니라 늘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설명을 해주었다. 어떻게 말해야 전달이 될지, 어디까지 설명해야 이해할지 그들은 늘 한 번 더 생각했다.


가르친다는 건, 자기 시간을 나눠주는 일이다.


나는 그 태도를 배웠다. 그래서 나도 누군가가 찾아오면

귀찮기보다 기뻤다. 알려줄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고마웠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들을 그 태도 하나로 붙잡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후배들의 입에서는 “3년만 채우고 나갈 거예요”라는 말이 너무 쉽게 흘러나왔다.


사람은 돈 때문에만 떠나지 않는다.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떠난다.

직원을 가르치지 않는 회사가 과연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람을 키우지 않는 회사는 결국 사람에게 버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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