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는 시간 속에서 나를 돌아보다.
어떤 일은 거창하지 않아도 무너진다. 아주 사소한 일 하나가 어긋나면, 그 하루는 생각보다 쉽게 기울어진다. 요즘의 내가 그렇다. 연초에 대단한 행운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엉켜버리길 바란 것도 아니었다.
작년 연말, 회사에서의 연봉협상이 매끄럽지 않게 흘러가며 올해의 시작을 알렸다. 그때는 그저 ‘지나가겠지’라고 생각했다. 받아들이면 해결될 줄 알았다. 대부분의 일은 받아들이면 흘러간다고 믿어왔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뒤로 사소한 일들이 자꾸만 나를 건드렸다.
어느 날, 안경이 불편했다. 벗어서 보니 콧대가 어긋나 있었다. 괜히 손을 댔다. 그리고 힘이 들어가지 않은 터치에 부러졌다. 수분크림도 다 떨어져 있었다. 평소라면 예비를 하나쯤 사두었을 텐데, 이번에는 없었다. 작은 준비 하나가 비어 있다는 사실이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회사에서는 내 일을 마무리하자마자 또 다른 일이 넘어왔다. 다른 사람이 끝내지 못한 일까지 내 몫이 되었다. 왜 일은 줄어들지 않고 늘기만 할까. 열심히 하는 것과는 별개로, 피로는 착실히 쌓였다.
작은 것들이 겹쳤다.
안경, 크림, 업무, 책임.
그 사소한 균열들이 하루씩 누적되었다.
결국 몸이 먼저 신호를 보냈다. 몸살과 감기였다. 회사까지 도보 25분 거리.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걷던 길이 그날은 멀게 느껴졌다. 다섯 번이나 멈춰 서야 했다. 비까지 내렸다. 젖은 옷보다 무거웠던 건, 이상하게도 마음이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회사 일 때문일까.
대비하지 못한 나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욕심이 많았던 걸까.
요즘 나는, 내가 욕심이 많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일도, 글도, 사진도, 안정도, 인정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닐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욕심이 아니라, 내가 나를 과하게 밀어붙인 건 아닐까.
무슨 일이든 안 풀리는 시기가 있다. 그 시기에는 거창한 실패 대신, 사소한 어긋남 또는 작은 실패가 반복된다. 그리고 나는 그 어긋남을 ‘내 탓’으로 돌리기 시작한다.
지금은 그저, 지나가겠지, 하고 말하는 수밖에 없다.
정말로 지나갈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나는 내일도 출근을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