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덩케르크, 엘가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
안녕하세요. 매달 첫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주제로한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오늘은 전쟁의 모습을 세 가지 시간대로 교차하며 보여주는 명작 중의 명작인 영화의 마지막을 덤덤하게 완성시켜주는 클래식 명곡을 함께 만나 보시겠습니다.
영화 <오펜하이머>를 비롯하여 <메멘토>, <인셉션>, <인터스텔라>, <배트맨 다크나이트 시리즈> 등 완성하는 영화들마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영국 출신의 감독이자 각본가 ‘크리스토퍼 놀란 (Christopher Edward Nolan, 1970-)’ 감독의 2017년 영화 <덩케르크 (Dunkirk)>는 일반적인 전쟁 영화와 달리 아주 강렬하거나 긴박한 전투 장면을 줄이고 고립된 병사들의 탈출에 초점을 맞춰 완성하며 아카데미상 편집, 음향효과, 음향편집상 등을 수상한 것은 물론이고 영화가 상영되고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명작 영화입니다.
https://youtu.be/T7O7BtBnsG4?si=woBqCpV22aJgTZv7
벨기에 국경 인근의 프랑스 항구도시인 ‘됭케르크 (Dunkerque)’에서 있었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당시 독일군에 포위당한 30만명이 넘는 영국과 프랑스의 연합군 병사들을 구출한 철수작전인 ‘나이나모 작전 (Operation Dynamo)’를 육지에서의 1주일, 바다에서의 하루, 그리고 하늘에서의 1시간을 교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덩케르크의 기적’이라 불리는 이 작전은 영국 육군 병사인 주인공 ‘토미 (피온 화이트헤드 분)’과 프랑스 군인 ‘깁슨 (어나이린 바너드 분)’와 만나 부상병들을 먼저 탈출시키려는 병원선에 승선할 기회를 엿보는 모습과 시선을 통하여 생존에의 필사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독일군의 폭격으로 침몰하는 병원선에서 ‘알렉스 (해리 스타일스 분)’을 구한 토미와 깁슨은 일행이 되지만 결국 깁슨은 익사하고 말죠. 민간 요트인 문스톤 호 선주의 아들 ‘피터 (톰 글린카니)와 그의 친구 ‘조지 (배리 키오건)’의 시선으로 바라본 하루, 그리고 하늘 위에서 이들의 구출 작전을 엄호하기 위해 출동하는 전투기에 탑승한 2호기의 ‘콜린스 (잭 로던 역)’와 1호기의 ‘파리어 (톰 하디 역)’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1시간 동안의 구출 작전을 그린 이 영화는 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명감독으로 평가 받고 있는지, 이 영화가 왜 지금까지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무사히 영국으로 귀환한 토미와 알렉스가 기차를 타고 가는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여 전쟁에 지고 돌아온 자신들을 비웃을 것이라 자책하는 알렉스조차도 한 명의 영웅이라는 듯 환영하는 영국군들의 모습을 덤덤하게 그리는 음악이 바로 영국의 작곡가 ‘엘가’의 대표곡인 <수수께끼 변주곡> 중 하나인 ‘님로드’입니다.
https://youtu.be/d1WYb6CFVe0?si=eXuPZLlQBJfq_txD
신문을 차마 읽지 못하고 토미에게 넘긴 알렉스 대신 토미가 읽는 영국 총리 ‘윈스터 처칠’의 명연설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절대로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불시착한 자신의 전투기를 불태우고 덤덤하게 기다리다 포로가 되어 잡혀가는 파리어, 그리고 죽은 조지를 영웅으로 묘사한 신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피터가 아버지 도슨과 함께 읽는 모습 등이 교차되며 영화는 끝을 맺게 되는데요. 잠잠하면서도 아름다운 엘가의 님로드는 오랜 시간 잔향으로 남아 긴 여운을 선사합니다.
기사 칭호까지 받으며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기억되는 ‘에드워드 엘가 (Sir Edward Elgar, 1st Baronet, 1857-1934)’는 의외로 굉장히 오랜 시간 무명의 설움을 이어간 음악가였는데요. 그에게 명성을 얻게 해준 작품이 바로 1898년부터 1899년 사이에 작곡된 <’수수께끼’ 창작 주제에 의한 14개의 변주곡, 작품번호 36번 (Variations on an Original Thema 'Enigma', Op.36)>입니다. 일명 ‘수수께끼 변주곡’이라고 불리는 이 곡은 테마와 14개의 변주로 구성되어 엘가의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피아노 앞에서 즉흥적으로 연주를 하다 아내 ‘앨리스’의 권유로 작곡이 시작되어, 음악을 듣고 주변 사람들을 맞추는 게임처럼 쓰여졌기에 ‘수수께끼 변주곡’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https://youtu.be/opCnRG4jbu0?si=dZO9YIsE6UplcrF1
이 변주 중 가장 유명한 변주가 바로 제9벼주인 ‘님로드 (Nimrod)’입니다. 엘가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출판업자였던 ‘아우구스트 예거 (August Johannes Jaeger, 1860-1909)’를 묘사한 이 곡은 우정을 상징하는 곡이라는 것에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님로드’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매우 특별한 사냥꾼인데요. ‘예거’의 성이 독일어로 ‘사냥꾼’을 뜻하기 때문에 ‘님로드’라고 이름 붙인 것입니다.
다양한 국가 행사의 추모곡 등으로 사랑받고 있는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는 영국 군인들의 전우애와 애국심 등을 덤덤하게 보여주고 있는 영화 <덩케르크>의 마지막을 완성시켜주는 클래식 명곡이 아니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https://youtu.be/Aen4P1bCJlw?si=1MKUFqTz4Is1JMjT
*다른 칼럼들과 연주 일정, 레슨 등은 www.soipark.net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