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쩔수가없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안녕하세요. 매달 첫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주제로한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오늘은 지금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고 있는 클래식 명곡을 함께 만나보시겠습니다.
우리나라 영화 감독 ‘박찬욱’은 아카데미 감독상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과 함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감독 중 한 명입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로 유명세를 얻은 그는 일명 ‘복수 삼부작’으로 불리는 영화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그리고 영화 <박쥐>와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을 통해 칸 영화제와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비롯하여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시체스 영화제, 백상, 청룡 영화제 등 국내외의 상을 휩쓴 감독이죠. 그의 감각적이면서도 ‘변태적이다’라고까지 표현되는 영화들은 개봉과 동시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며 수많은 이슈를 불러 일으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의 2025년 개봉작인 영화 <어쩔수가없다> 역시 박찬욱이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Donald Edwin Westlake, 1933-2008)’의 1997년 소설 <도끼 (The Ax)>를 원작으로 캐나다 각본가인 돈 맥켈러, 이경미 등과 함께 직접 각색하여 각본을 완성한 영화입니다.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염혜란, 차승원, 이성민 등 굵직한 우리나라의 배우들이 출연한 이 영화는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며 극찬을 받았으나, 이 영화를 본 관객마다 천차만별인 평 역시 박찬욱다운 영화답다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https://youtu.be/ckHwZNuV-wQ?si=j-XzJGUUHpQoz8sC
25년간 제지 산업 전문가로 두 자녀와 아내 ‘이미리 (손예진 분)’, 그리고 개 두 마리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던 ‘유만수 (이병헌 분)’는 갑자기 오랜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가족들을 위하여 3개월 안에 새로운 직장을 구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한 것도 무색하게 만수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앞이 깜깜한 일들만을 전전하며 결국은 심혈을 기울여 가꾸던 집마저 잃을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절박한 마음에 만수는 자신이 일했던 회사의 경쟁 회사인 ‘문 페이퍼’에 이력서를 내지만, 공장장인 ‘최선출 (박희순 분)’에게 비웃음을 당할 뿐이었습니다. 결국 자신이 제지 전문가로 다시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최선출은 물론 자신과 같은 신세인 경쟁자들을 모두 직접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에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됩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속에는 항상 클래식 음악들이 등장하는데요. 영화 <아가씨 (https://brunch.co.kr/@zoiworld/127)>에 등장하는 모차르트와 라모의 작품들은 물론, 영화 <헤어질 결심 (https://brunch.co.kr/@zoiworld/210)> 속 말러의 교향곡 5번, <친절한 금자씨> 속에 등장하는 파가니니 (https://brunch.co.kr/@zoiworld/37)와 비발디 (https://brunch.co.kr/@zoiworld/17)의 작품들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이번 신작 <어쩔수가없다>에서도 클래식 음악은 적재적소에 등장하여 영화의 분위기를 잡아주고 있는데요.
https://youtu.be/gBLu0KQF80U?si=aGCoZ_uHN4rAn71J
프랑스 작곡가 ‘마랭 마레 (Marin Marias, 1656-1728)’의 <베이스 비올과 콘티누오를 위한 ‘가벼운 농담’ 올림 바단조 (‘Le Badinage’ in f sharp minor for Bass Viol & Continuo)>는 영화 마지막에 자폐를 지닌 만수의 딸이 첼로 연주를 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이 바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입니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것을 넘어 클래식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명인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는 41개의 교향곡을 비롯하여 20개가 넘는 피아노 소나타와 23개의 현악사중주 등을 작곡하였습니다. 그는 피아노 협주곡을 무려 27곡이나 작곡하였는데, 그 중 그가 자신의 대표 오페라 중 하나인 <피가로의 결혼>의 초연을 올릴 시기에 완성한 작품이 바로 <피아노 협주곡 23번 가장조, 작품번호 488번 (Piano Concerto No.23 in B Major, KV.488)>입니다.
https://youtu.be/V4S6UYv8-W4?si=qCM0M3TxDjD4Vaks
1786년에 완성된 이 곡은 1악장 ‘알레그로 (Allegro)’, 2악장 ‘아다지오 (Adagio)’, 3악장 ‘알레그로 아사이 (Allegro Assai)’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2악장은 그의 피아노 협주곡들을 통틀어 유일하게 ‘올림 바단조 (f sharp minor)’로 작곡된 곡입니다. 눈싸움 장면으로 유명한 명작 영화 <러브스토리>에서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에도 등장한 곡이며 코믹 영화 <스카우트>에도 등장하는 이 곡은 소련의 독재자였던 스탈린이 즐겨 들었던 곡들 중 하나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 중 2악장의 애절한 선율로 시작하여 끝을 맺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시종일관 웃다가 씁쓸해지는 현실과도 닮아있는 영화의 우리 마음을 달래주고 있는 클래식 명곡이 아니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https://youtu.be/9LqdfjZYEVE?si=BK-vIk3OY87tvP6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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