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 2. 리게티 무지카 리체르카타 2번
안녕하세요. 매달 첫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주제로한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오늘은 25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난해함과 외설적이라는 평이 사라지지 않는 영화 속의 두 번째 클래식 명곡을 만나보겠습니다.
<초록 앵무새>, <카사노바의 귀향>,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등을 쓴 오스트리아의 작가이자 의사였던 ‘아르투어 슈니츨러 (Arthur Schnitzler, 1862-1931)’가 1926년에 쓴 소설 <꿈의 노벨레 (Traumnovelle)>에서 영감을 받은 거장 감독 ‘스탠리 큐브릭 (Stanley Kubrick, 1928-1999)’의 각본, 제작, 연출로 완성된 영화가 바로 1999년에 개봉한 큐브릭 감독의 유작 <아이즈 와이드 셧 (Eyes Wide Shut)>입니다.
https://youtu.be/GDjjXw-ezDU?si=HHZo30NKD28tPxql
매우 선정적이면서도 이해하기가 어려운 영화이기 때문에 큐브릭 감독의 기존 영화, 예를 들면 <시계태엽 오렌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샤이닝> 등의 영화와는 전혀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입니다. 10년간 영화계에서 사라졌던 큐브릭 감독이 파격적인 스토리와 미장센으로 중무장한 영화를 마지막으로 인류에게 선사하였다는 평을 받으며 25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뉴욕의 의사 ‘빌 하포드 (톰 크루즈 분)’와 아내 ‘앨리스 (니콜 키드먼 분)’가 백만장자이자 빌의 친구인 ‘빅터 지글러 (시드니 폴락 분)’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받으며 일어나는 교묘한 일들을 다룬 본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클래식 명곡인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 (https://brunch.co.kr/@zoiworld/588)을 우리는 영화의 줄거리와 함께 지난 시간에 만나봤는데요.
우연히 이상한 의식과 외설적인 파티가 이뤄지는 장소로 찾아가게 된 빌의 혼란스러운 마음과 오묘한 의식의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는 클래식 음악 역시 이 영화에 등장하지만, 이 작품이 무슨 곡인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음악의 주인공인 작곡가가 바로 헝가리 출신의 대표적인 현대 음악가인 ‘리게티 (Ligeti Gyorgy Sandor, 1923-2006)’입니다.
리게티는 <100개의 메트로놈을 위한 교향시>, <분위기>, 그리고 유작인 <파이프, 드럼, 피들과 함께>와 같은 매우 실험적인 작품들을 많이 남긴 작곡가입니다. 그가 오스트리아로 망명하기 직전인 1951년에 헝가리 부다페스트 음악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맡았었는데, 이 때 작곡을 시작하여 2년만에 완성한 11개의 피아노 독주를 위한 모음곡이 바로 <무지카 리체르카타 (Musica Ricercata)>입니다.
https://youtu.be/Zg5MdwYJ0XI?si=hsuSLs9q4lQ51640
실험, 연구, 찾아내는 음악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무지카 리체르카타’란 이탈리아어 제목처럼 이 곡은 연주되는 음정의 수를 제한하고 존재하는 다양한 음악 양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리게티는 자신의 추후 더욱 실험적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한 방향성과 아이디어들을 이 작품에서 암시하고 있습니다.
1. Sostenuto - Misurato - Prestissimo (소스테누토-미주라토-프레스티시모)
2. Mesto, rigido e cerimoniale (메스토, 리지도 에 세리모니알레)
3. Allegro con spirito (알레그로 콘 스피리토)
4. Tempo di valse (왈츠 템포로)
5. Rubato, Lamentoso (루바토, 라멘토소)
6. Allegro molto capriccioso (알레그로 몰토 카프리치오소)
7. Cantabile, molto legato (칸타빌레, 몰토 레가토)
8. Vivace. Energico (비바체. 에네르지코)
9. Bela Barok in Memoriam : Adagio. Mesto - Allegro maestoso (벨라 바르톡을 추억하며 : 아다지오. 메스토-알레그로 마에스토소)
10. Vivace. Capriccioso (비바체. 카프리치오소)
11. Omaggio a Girolamo Frescobaldi : Andante misurato e tranquillo (프레스코발디를 오마주하여 : 안단테 미주라토 에 트란퀼로)
특히 위대한 헝가리의 작곡가인 바르톡과 이탈리아의 바로크 작곡가 프레스코발디의 음악적 특징을 재연해낸 9번과 11번 곡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매우 강렬한 인상을 주는 배경 음악으로 쓰인 곡이 바로 두 번째 곡인 ‘메스토, 리지도 에 세리모니알레’입니다. 슬프고, 경직되며, 의례적인 분위기로 연주하라는 의미인 이 곡은 마치 영화에서 의식에 찾아갔다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빌의 장면에서의 분위기와 빌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https://youtu.be/2GduBxOs9dA?si=bXJxOrgvlFGHaW2l
부부의 연이 끊어진 시간은 너무나 오래 되었지만, 아름다운 부부였기에 더욱 기묘하면서도 매력적으로 그려진 영화 <아이드 와이드 셧>의 전체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것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 리게티의 <무지카 리체르카타> 중 2번과 함께 영화 속으로 빠져드는 시간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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