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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냥이 Nov 16. 2022

영화를 살린 클래식 #86

영화 '책 읽어주는 여자',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템페스트' 3악장

안녕하세요. 매달 첫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주제로한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영화 '책 읽어주는 여자' 포스터 [출처: 구글 이미지]



1988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책 읽어주는 여자 (La Lectrice)'는 우리나라에는 6년 뒤인 1994년에 개봉하였습니다. 영화 '제8요일', '더 콘서트', '웰컴 백', '어레스트 미', '모닝 애프터', '머더 파티' 등의 주연을 맡으며 프랑스 영화 매니아들에게 매우 친숙한 영화 배우 '미우 미우 (Miou-Miou, 1950-)'의 대표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영화 '옥의 티', '망각에 저항하기', '딥 워터' 등을 연출한 '미셸 데빌 (Michel Deville, 1931-)' 감독이 연출한 매우 독특한 영화입니다.



 https://youtu.be/egHRwuYC8zg

영화 '책 읽어주는 여자' 예고편



여주인공이 책을 읽어주다 책 속의 인물이 되어 그 책의 내용을 전개해나가는 독특한 구성의 영화 '책 읽어주는 여자', 여주인공 '콩스탕스'는 독서를 사랑하는 여성으로 연인에게 '책 읽어주는 여자'라는 소설을 읽어준는 것으로 이 영화는 시작합니다.

영화 '책 읽어주는 여자'에서 콩스탕스가 읽는 소설 '책 읽어주는 여자' 속의 주인공은 '마리'이며 역시나 콩스탕스 역을 맡은 '미우 미우'가 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마리'는 자신의 목소리가 예쁘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를 신문에 내게 되는데요, 바로 집에 방문하여 책을 읽어주는 아르바이트죠. 영화는 다섯 명의 의뢰자가 마리에게 연락을 하고 마리가 각각의 집에 방문하여 그들이 원하는 책이나 도움이 될 것 같다 마리가 생각하거나 추천받은 책을 읽어주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 '책 읽어주는 여자'에서 에릭에게 책을 읽어주는 마리 [출처: 구글 이미지]



첫 번째 의뢰자는 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되어 휠체어 생활을 하는 소년 '에릭'입니다. 마리는 이 병약한 미소년 에릭을 위하여 모파상의 소설 '머리카락'을 읽어줍니다.

두 번째 의뢰자는 자신이 100세라고 주장하는 마르크스주의자 '장군의 미망인'입니다. 마리는 그녀에게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를 읽어줍니다.

세 번째 의뢰자는 책 읽을 시간조차 없이 바쁜 일중독자 CEO '미셸'입니다. 그는 독서를 한 것처럼 보이고 싶어 마리를 고용하였고, 마리는 미셸에게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을 읽어줍니다.

네 번째 의뢰자는 바쁜 엄마 때문에 혼자 집을 지키는 6세 소녀 '코랄리'입니다. 마리는 그녀에게 루이즈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주죠.

마지막 의뢰자는 변태적인 노판사로 마리에게 사드의 '소돔의 120일'을 읽어달라고 요구합니다.



마리에게 자신이 원하는 책을 읽어달라 요구하는 노판사 [출처: 구글 이미지]



이렇게 다섯 명의 의뢰자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마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 '책 읽어주는 여자'를 다 읽은 콩스탕스가 연인에게 자신의 목소리도 예쁘니 책 읽어주는 일을 해볼까 한다며 광고를 내보겠다는 이야기를 하며 영화는 끝납니다.

이 프랑스 코미디 영화 '책 읽어주는 여자'에는 시종일관 베토벤의 음악들이 주구장창 등장합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8번, 피아노 트리오 4번,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등..

그 중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작품이 바로 콩스탕스의 테마로도 쓰이고 있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템페스트'의 3악장입니다.



https://youtu.be/-ETUyXNT4m4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템페스트' 3악장



위대한 작곡가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이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썼던 시기에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피아노 소나타 17번 라단조 작품번호 31번 중 2번 (Piano Sonata No.17 in d minor, Op.31-2)'는 이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쓰며 다짐하였던 새롭고 혁신적인 도전과 개척 의지가 온전히 담겨있는 작품입니다.

1악장 '라르고-알레그로 (Largo-Allegro)', 2악장 '아다지오 (Adagio)', 그리고 3악장 '알레그레토 (Allegretto)' 모두 소나타 형식으로 작곡된 베토벤의 이 독특한 피아노 소나타 17번은 '템페스트'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음악이 성인 '베토벤' [출처: 위키피디아]



태풍, 폭풍우란 의미를 지닌 '템페스트 (The Tempest)'는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1616)'의 마지막 희곡의 제목으로, 1610년에서 1611년 사이에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생 '안토니오'에 의하여 딸 '미란다'와 함께 추방당한 밀라노의 공작 '프로스페로'가 마법의 섬에 정착하여 12년간 마법을 연마하여 대마법사로 각성하며 복수를 꿈꾸는 내용의 희곡 '템페스트'는 차이코프스키나 시벨리우스와 같은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출처: 구글 이미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7번에 '템페스트'란 부제가 붙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베토벤의 비서 '안톤 쉰들러 (A. F. Schindler)'가 피아노 소나타 17번의 연주를 듣고 감명을 받고 베토벤에 "이 소나타를 더욱 심오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라고 요청하였습니다. 베토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읽어보시게"!


태풍과 같은 음악 분위기와도 잘 어우러져 현재까지도 '템페스트' 소나타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7번, 그 중 서글프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러나 그치지 않고 휘몰아치는 음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3악장이 영화 '책 읽어주는 여자' 속에서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내는지 함께 감상해보시면 어떨까요?




*다른 칼럼들과 연주 일정, 레슨 등은 www.soipark.net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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