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 나잇』, 『나를 차버린 스파이』
우리나라에 '극한직업'이 엄청난 관객 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처럼 세상이 힘들고 어려워질수록 가볍게 즐길 수 있는 'B급 감성' 코미디 영화가 유행을 한다. 나도 일상에 지쳐 쉬며 주말에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찾다가 최근에 보게 된 두 편의 영화에서 뜻하지 않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래 글은 영화에 대한 줄거리를 담고 있지는 않다. 그렇기에 영화를 시청하기 전이라도 스포 걱정 없이 가볍게 읽고 영화를 본다면 새로운 방향으로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레이디스 나잇 (Rought Night, 2017)』
우리가 흔히 '스트리퍼 (Stripper)'를 떠올리면 여자를 떠올리는 경우가 더 많다. 영화나 미디어에 여자가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레이디스 나잇을 본다면 그것 또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남과 여를 구분 짓고 있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영화는 주인공 제스의 '처녀파티 (Bachelorette party)'에서부터 시작된다. 제스의 처녀파티는 대학교 친구 3명과 호주 친구 1명과 어색한 웃음과 긴장감 속에서 시작된다. 그 어색함도 잠시 그들은 약에 취해 '남자 스트리퍼'를 부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실수로 남자 스트리퍼가 죽게 된다. 영화는 그 이후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담고 있다.
이 스토리는 1998년 작 『베리 베드씽』이라는 영화와 전체적인 스토리가 같다. 다른 것은 남자 주인공과 친구들 그리고 여자 스트리퍼의 등장이 성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이다.
영화의 줄거리와 내용을 'B급 코미디'로 즐기기에 충분했지만 소재가 주는 충격이 컸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성적인 역할을 맡는 것은 주로 '여자'이며 잔혹 블랙 코미디의 주인공은 대부분'남자'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해서 차별이라고 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차별이 존재한다. 우리가 남자 스트리퍼와 약을 하고 친구들과 시체를 옮기는 여자들이 어색했다면 우리 스스로도 차별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 못한 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 영화는 다음에 이야기할 영화와 공통점이 있다고 느껴졌다.
『나를 차버린 스파이 (The Spy Who Dumped Me, 2018)』
게임이나 많은 액션 영화에서 스파이나 첩보요원 역할은 '남자'가 맡는 경우가 많다. '여자'역할이 주어지더라도 남자처럼 스파이 역할에 충실하기보다는 성적인 요소를 부각해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은 얼떨결에 스파이라는 역할을 부여받게 되기는 하였지만,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때론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오드리 (Audrey)와 모건 (Morgan)이지만, 이 둘은 영화에서 매우 '능동적인 여성'으로 그려진다. 모건이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며 '여성의 성취에 한계란 없다 - 미셸 오바마' 인용한 이유도 이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총은 쏠 줄 아니', '넌 내가 하라는 대로 하잖아'라고 말하는 남자 친구 앞에서 눈물 흘리며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상황의 중심에 서서 극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능동적 여성'이라는 말의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작품을 보며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성차별 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여자는 분홍색 옷을 입고 인형을 가지고 놀며, 남자는 파란색 옷을 입고 로봇을 가지고 놀아야 하는 것처럼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처럼 아직도 우리가 바꾸어 나가야 할 '차별'은 많이 존재한다. 우리가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오랫동안 깊게 우리 사회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별은 영화 안이 아니라 영화 밖에서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자유로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할리우드에도 같은 영화에 출연하는 남자 배우와 여자 배우의 임금의 차이가 존재한 다는 것이 공개되어 많은 논란이 일었다.
우리 사회의 '차별'은 성별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동성애와 인종으로 확대된다. 임금차별 문제는 성별에 따른 차이도 있었지만, 인종에 따라 아시안 출연배우가 백인에 비해 더 적은 임금을 받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2019년 골든 글러브 (Golden Globe) 시상식에 호스트 (Host)로 초대된 '산드라 오 (Sandra Oh)'는 아시안으로서 첫 번째로 호스트에 초대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오프닝 멘트에서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다.
"I said yes to the fear of being on this stage tonight because I wanted to be here to look out onto this audience and witness this moment of change. And I'm not fooling my self. I'm not fooling myself. Next year could be different. It probably will be. But right now, this moment is real." (나는 오늘 밤이 무대에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받아들였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을 바라보며 변화의 순간을 목격하기를 원했고, 저는 제 자신을 속일 수 없었습니다. 내년 다를 수 있습니다. 아마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진짜입니다.)
지금까지의 변화를 보면서 이 작은 변화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간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겠지...' 생각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이 차별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고, 어색하게 여기며 목소리를 낼 때 우리는 산드라 오가 시상식에서 언급했던 변화에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