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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Aug 25. 2023

<숙자씨 :결국 행복했다>초단편

숙자씨 그녀의 일상은 모든 게 엉망이었다. 

아침마다 옆집 아이는 유리창 깨지는 소리를 꽥꽥 내며 지 부모와 싸움을 시작했다. 어쩔때는 지 엄마, 어쩔때는 지 아빠... 물론, 지 형제들과도 대들고 싸웠다. 쌍욕도 항상 난무했다. 물론, 우리집 남편이라는 사람은 그 애의 비명소리가 싫다고 나를 구박하고 물건들을 던져 됐다.  


이런 숙자씨의 일상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욕을 달고 사는 그런 나날이었다.  

그녀의 숙명은 '젠장'이었다.


그런데... 그녀 나이 사십이 되던 날. 마법이 일어났다. 그리고 모든 것이 좋아졌다. 


먼저, 아침마다 소리 지르던 옆 집 아이가 이사를 가버렸다. 이유가 뭔지 모르지만,,,,, 그녀의 생일날 아침 옆집아이의 비명소리가 이삿짐 소리와 함께 뭉그러지더니 오후쯤 텅 빈 집이 되었다. 옆 집이 조용해진 것이다. 


그리고 더 신나는 환상적인 일은 바로 항상 잔소리하던 남편이란 사람이 그날 밤 어느 시간인가에서 다리에서 떨어져 죽었다. 


천청벽력의 나이스함이 밀려온 날이었다.

그날 그녀는 정말 펑펑 울었다.


근 10년 이상을 괴로워했는데, 한 순간에 사라지다니, 한편으로는 지난 시간이 억울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마흔 살 생일에 불현듯 찾아온 행복에 펑펑 울었다. 


너무 좋다!


결국 그녀는 행복한 혼자가 된 것이다. 

팩팩거리던 이웃도 사라지고, 10년을 버티던 남편도 사라지고, 이제 남은 건 아늑한 집과 남편이 두고 간 월 2백만원 조금 넘는 연금과 일시금으로 받은 5억원 정도의 사망 보험금.


살다보면 이런일이 있다. 그래서 그렇게 버틴 것 같다. 아침에 할 수 있는 우아한 차 한잔, 그리고 음악. 그녀는 다채로운 모짜르트 음악을 좋아했다. 항상 경쾌하면서 흥이 나는 모짜르트는 우울했던 그녀의 감성을 지켜주던 그런 음악이었다. 물론, 사망한 전남편.. 아... 전남편은 나에게는 악마였지만 약 15억원 수준의 또다른 예금과 재산을 안겨 주었다. 남편의 죽음은 정말 환상적인 돈벼락이 된 것이다. 


어찌하건 그는 나의 모짜르트를 어지간히 싫어했고 심지어 내가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한심하다며 버럭 화를 내고는 일을 강요했다. 빨래를 하라는 둥, 청소를 하라는 둥 아니면 밖에 나가 파트타임 일자리를 구하라는 둥 하면서 온갖 욕과 소리를 던졌다. 


미친 인간... 나는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며 학생시절부터 당신이 죽던 그날까지 일을 했다. 어릴 때 는 박스공장에서 종이박스를 나르며 접어야 했고, 성인이 돼서는 신발공장에서 여공으로 열일을 했으며, 결혼해서는 식당주방에서 일을 해야 했다. 그것은 내가 돈이 있고 없고 가 아니라 무조건 나에게 돈과 중노동을 강요했던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숙자씨는 노동을 쉬어본 적이 없지만,,,,, 남편이라는 자는 숙자씨가 뭔가 휴식이 있는 것 같으면 더 많은 추가 노동이 필요하다고 답을 정하곤 했다. 


그는.. 아니 그 남자에게 모짜르트는 또한, 그의 무식을 알려주는 그런 것이기에 학대스런 막말을 더 열심히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 용서한다. 월 2백만원의 연금, 사망보험금 5억, 상속 재산 15억과 편안한 집... 충분히 용서가 되는 숫자의 조합이다. 


바이 바이 "필석씨"... 난 이제 행복할래...

그동안 정말 개 같았지만 다행이 죽어줘서 해피앤딩이야... 용서할게.. 잘 가..

난 이제 잘 살아 볼게... 우아하게.. 말야.

...

..

..

숙자씨의 행복한 나날은 지속되었다. 하루, 이틀, 한달, 일년..이년.... 그녀는 가볍게 탈선도 했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 성실한 일상을 보내기도 하면서 즐거운 삶을 이어갔다..


..


문득.. 그날 필석씨라는 남자는 왜 다리에서 떨어져 죽었을까....라는 생각은 지나는 개가 문득 생각을 해 보기는 했다. 


뭐 알아 죽었겠지...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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