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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Dec 16. 2021

<고양이 부인과의 대화 2> 단편?

담뱃불 좀 빌려주세요..


 여인이 부지불식 물었다.


네?? 

아.. 저 담배 안 피우는데요..


오.. 잘됐네... 나도 안 피는데.. 그럼 담배 피울래요..


예??


풉.. 농담이에요... 다음에 봐요..


그녀가 나에게 던진 첫마디였다. 뭐지.. 담배도 안 피우는데...


응균아... 네가 진짜 디자이너 된다는 거야?


응... 디자인학과를 갈려고..


너... 그런 감성 없잖아.. 그런 게 있었어?


뭐지.. 엄마.. 나 고등학교 내내 디자인 쪽 하고 싶다고 했잖아...


응 그랬지.... 그랬나?  신기하네.. 

네가 디자인을 하겠다고 한 게.. 그럼 대학을 갈 건가?


응.. 이번에 디자인학과에 넣을 거야..


오.. 아들 파이팅...


다행히 공부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낙천적인 아버지의 습관을 유전으로 받아 디자인학과를 갈 수 있었다. 아버지는 특이한 모양들을 수집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 종류는 제한이 없었다. 어떤 때는 하트 모양의 돌을 주워 오고.. 어떤 때는 괴상하게 생긴 나무를 주워 오시기도 했다.


아빠.. 그거 뭐야..


어.. 취미.. 

혹시 아니... 너도 나 때문에 특이한 모양에 관심 가질지..


물론 난 뭘 줍는 걸 좋아하지는 않았다.  다만, 특이한 모양을 그리거나 생각해내는 걸 좋아하게 되었고 유전의 산물.. 이랄까.  결국 아버지의 유전적 유지에 따라 특이한 모양을 생각해 내는 디자인을 하게 되었다.


자네는 왜 우리 학과에 왔나?

아버지의 유전 때문에..


??


아.. 아니요.. 그냥 멋진 제품을 디자인해보고 싶어서요..


그래..? 

뭔가.. 하지만 여기는 조소과인데.. 미술학부.. 말이야..


이런.. 난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두통이 있었는지 조소과인 미대에 지원을 했고 유전적 손재주와 어중간한 성적 덕에 조소과에 들어가 버렸다. 


응균!.. 너 예술가 한다고 그랬니?

디자이너 하는 거 아니었어..


그게 엄마.. 살다 보니 가끔 엉뚱하게 그렇게 되더라고.. 나도 모르겠어.. 왜 그랬는지..

근데 합격까지 해서.. 다녀야 할 것 같아.


축하는 한다만.. 음.. 아들이 예술가가 되는 건가. 폼은 나는군.. 예술가의 엄마라.. 

멋진 그림을 그릴 거니..?


아니..


왜? 너 미대 간 거 아니야...?


그게 엄마 조소과라고.. 조각 같은 거 하는 그런 곳이야..


조각..? 이순신 동상 같은 거?


뭐 그것도 그 종류지.?


음.............................. 우리 집안에 유명한 어르신이 있나...?

족보를 좀 아빠한테 뒤져 보라고 해야 하나...


?.. 왜..?


네가 동상 만들려면 뭐 폼나는 사람이 있어야 할까.. 해서.... 위대한 사람.. 그럼 거 필요하잖아.. 이순신 장군님은 너무 쎄고... 뭐.. 다른... 누군가..


혹시 엄마 내가 알아서 하면 안 될까..?

..


도서관에 자주 나와요?


네.?

아.. 네.. 뭐 딱히 할 일도 없어서요..

그런데 왜.. 저번에 이어 오늘도 물어보시는 거죠..

전 담배도 안 피우고..


나도 안 펴요.. 담배..


그럼 담뱃불은 왜?


말 걸기 쉬어 서요.. 말 걸려면 말걸만 한 것이 있어야 하는데..


아…


그럼 지금 몇 시예요.?


네?.. 저 시계 없는데..


거 봐요.. 시계가 없잖아요…^^.. 


네? 저 한 테… 왜 이러세요.


관심!


몇 마디 말을 던지고는 그냥 가버렸다. 뭐지... 나한테 관심 있나?


도서관 생활이 지겹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렴한 식사와 자리 그리고 혼자 이렇게 있어도 별 티 안나는 생활이 좋았다. 그나저나 언제 연락이 오는 거야… 회사 시험을 본지가 언젠데.. 개별 연락이면 답을 해줘야 하는 거 아냐..


회사 그만둔다고..

네..


왜.. 그 광고회사 나름 좋은 곳 아냐.. 대기업 계열사라며..


뭐 좋기는 한데… 그냥..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요..


오.. 너한테 스카우트 제안이라도 온 거니..


아니.. 그럴 리 없잖아…


음…


왜.. 고개는 끄덕거려.. 내가 어때서..


ㅋㅋ.. 아니야.. 네가 어떻기는 그래도 아들인데 항상 뭔가 있을 것 같은 기대를 하지…


정말?


아니 그냥 해본 말….


그렇게 나는 대기업 광고회사를 그만두었다. 도서관은 다음 일자리를 위한 그냥 갈만한 곳이다. 어디를 가든 두서가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도서관은 그대로 나의 희망 같은 것들을 찾아볼 수 있는 장소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기다리기에 가장 좋은 장소가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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