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도 여기에 있네요?
담배 피우실래요?
그녀는 오늘도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항상 잘 보이지 않다가 문득 ‘말’이라는 것을 걸어오는 것이 그녀다. 나는 도서관에서 거의 말이 없는데 언어의 공백이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녀는 그런 공백에 한마디를 던진다.
음 답변이 없네..
담배?
저... 저는 담배 안 피운다는 거 아시잖아요?
담배 말고 다른 걸로 물어봐 주시면 안 되나요.. 대답하기도 불편하고..
참고로 시계도 없어요..
오.....
기다렸구나.
네?
아니에요.. 풉.. 흐흐..
왜 웃으세요..
귀여워서.....
귀여워요.. 귀엽다. 남자가 귀여운 구석이 있네..
귀여워..
네?
오늘은 여기까지예요..
제가 오늘은 바빠요..
총총..
그녀는 공백에 몇 마디 말을 던지고는 사라졌다.
사실 나도...
아니다.. 모르겠다. 문득문득 들려오는 언어에 관심이 가는데.. 그 관심을 좀 더 느끼고 싶으면 그녀는 사라진다. 몇 마디 말 던지고 그냥 슝... 하니 사라지는 그녀다.
지겹다..
기다리는 시간이 항상 지겨운 건 아니었는데.. 지겹다.
뭔가 들려오는 말도 좋았는데... 담배라..
지겨워...
이제는 알려줄 시간도 된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른다. 하루.. 이틀..
아들 결국 다시 취직을 했어?
어.. 아직 생각보다 이직이 쉽지는 않네... 어렵다. 영 소식도 없고.
뭐... 그래도 내일이면 알겠지..
그래... 혹시 돈 떨어지고 배고프면 집으로 와...
불쌍하게 도서관 배회하지 말고.. 아들..
그래도 엄마, 아빠가 부자는 아니지만 하나뿐인 아들 아직 밥 먹여 줄 수는 있어..
아.. 네... 감사하고요.... 감사하네요..
끊어... 바이.
어머니는 항상 가벼운 말로 어려운 상황은 잘 정리해주셨다. 뭐.. 무거운 말로 한다고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
어... 삼색이다.
예... 너 어디서 왔냐... 배고프니..
묻는 말이 그렇다.. 고작 묻는 말이 배고프니.. 라니..
음.. 좀 더 고차원적인 말을 물어볼까.... 넌 취직했냐... 사는 건 좋고.. 연애는 하니..
.............
삼색이는 말이 없다. 내 발밑을 요리조리 왔다 갔다 한다. 가끔씩 ‘야옹’도 하고..
오 ‘야옹’...
뭐라도 줘야 하나... 야.. 내가 줄게 없는데.. 다음에는 먹을 거 가져올게.. 정말이야..
삼색이는 나를 쳐다보았다. 거 뭐라 할까.. 그냥 큰 눈망울로 나를 쓰윽 쳐다보고 하늘을 향해 다시 한번 야옹거리고 앞발을 쭈욱 내밀고 허리를 펴더니 한숨 쉬듯 크게 입을 벌리고 꼬리도 쭈우욱 세우더니.. 다시 한번 나를 보고 야옹..
왜.. 뭐.. 아무것도 없을 수 있잖아..
지금 나 백수고.. 뭐.. 그렇지..
다시 야옹..
뭐.. 우리 엄니 원례 그런 사람이고... 뭐.. 난 항상 그랬다고.. 그런 거지 뭐. 살다 보면..
삼색이는 계속 아니 가끔씩 나를 쳐다보더니.. 내 시선 높이의 물건 더미에 올라가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는 다시 보고... 이번에는 자신의 앞발을 이용해 머리를 만지고 얼굴을 만지고.. 손발을 정리하는 그런 느낌의 행동을 보였다.
어디가?
너 어디 가니..
아닌가.. 어디서 갑자기 온 거니까.. 그냥 가는 건건가..
왜..
다시 야옹 하더니..
삼색이 고양이는 물건 더미를 넘어 사라졌다.
갔다. 슝.... 마치 ... 담배.. 아니..그녀처럼...
음......아....
나도 집에나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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