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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Jan 19. 2022

<이별하다> 단편

'제발 그만'


남자는 소리쳤다. 여러가지 주저리 말을 꺼내면서 결국은 내가 더 이상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음.. 머.. 딱히 긴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남자는 다시 여러가지 말을 늘어놨다. 짧은 단어를 길게 길게 늘여서 잡다한 이야기를 꺼내 놨다. 그냥 몇 마디면 끝날 말 같은데.. 남자는 계속해서 여러가지 수식어를 붙여가며 언어를 이어가고 싶어 했다.


지겹다.


'너도 그만 이야기하면 안 될까?'


남자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더니... 손을 위 아래로 흔들며 자신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나도 더 이상 듣고 싶지가 않았다.


어차피 우리는 헤어지는 것이다.

남자가 나에게 말한 '제발 그만'이라는 말을 그대로 하면 될 일들을 부단하게 늘였다.


'도대체 왜?'

남자는 비교적 이번에는 간결하게 질문을 했다. 아쉽지만 답은 이미 없다. 그냥 그만인 것이다. 이유는 여러가지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중요한 것은 '이제 그만'이라는 언어가 나온 시점이랄까.. 그런 것이다. 


'이대로 가?'

'응' .. '그래도 가..!.. 우리는 이제 그만 보는 거야.. 이별하는 거지.. 그만'

'나쁜 년..'

남자는 나쁜 년이라는 단어에 몇 마디 더 우물거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해력이 남아 있었던 것인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돌아섰다. 그리고 갔다.


물론 문제는 사랑이라는 단어다. 결국 만남과 헤어짐은 사랑에 귀결된다. 이해와 용서 그리고 화해 같은 것도 사랑이라는 단어가 바닥이 되어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그 바닥이 무너지면 어떤 형용사도 어렵다. 아니 어렵더라... 어려워..


'아까 그 남자를 사랑했나요?'

뭐.. 사랑을 했겠.. 아니다 사랑을 했다. 어린아이지만 그래도 사랑을 했다. 약간 멍한 표정도 좋았고 뭔가 내가 말을 하면 그 언어가 가슴으로 스미는 것 같은 표정이 좋았다. 그래서 조금씩 연민을 하게 되었고 사랑이라는 것을 주저했지만 하게 되었다. 


결국 사랑했다. 


'뭐가 문제라도..'

그게 .. 대체로 좋았다. 살 내음도 좋았고, 언어가 주는 향도 좋았고 특히 속삭임.. 그런게 좋았다. 꼭 관계를 하지 않더라도 관계를 느끼게 해주는 그런 느낌이랄까.. 물론 관계 자체도 좋았다. 생기 있는 모든 모습들이 좋았다. 


'그런데 왜..'

음.. 느낌이.. 어느 날 문득 느끼게 된 그 느낌이.. 그랬다. 

남자가 생기발랄 할 수록 뭔가 찾아오는 권태같은 것이 조금씩 .. 저 발끝 어디선가부터 느껴지게 되었다. 사랑을 할수록 그 느낌은 발등을 넘어 발목으로 하반신을 지나 상반신을 향해 올라왔다. 틀림없이 난 이 남자를 사랑하고 이 느낌과 촉감이 너무나 좋은데.. 미안할 것 같은 자극도 좋고 부끄러운 느낌이 들지만 사랑스러운 행동 또한 너무나 사랑하는데.. 어느 먼 지점에서 오는 단절 같은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잊혀질테니까.. 별문제는 없겠지만...


이별이란게 생각보다 단조로울 때가 있다. 그냥 단순한 문자 한 줄에도 이별을 하게 되고 어떤 때는 날이 좋거나 싫어서 더 이상 만남이 귀찮아질 때도 있다. 사랑이라는 단어로 그렇게 올려둔 그 무엇인 가가.. 생각 외로 그냥 무너지더라..


'그만 하자' 라는 말을 건넸다. 

그런데.. 그 말에 남자는 갑자기 주저리 저저리 하며 그간에 참았다는 말들을 퍼부었다. 질리도록 정밀 질리더라.. 내가 그렇게 사랑했던 시간에도 남자는 참 많이 참고 참아가며 나를 만났다.. 왜 굳이..


진심이란 게 생각 외에 것에서 나오면 너무 모든 게 명확해진다. 때가 된 것이고 어쩌면 시간을 기다린 것인지도 모른다. 

어찌하건 이렇게 헤어진다. 

뭐 별다를 건 없다.


결국 과도한 언어가 문제.. 아니면 참고 있던... 그가..

나는 단순한 것이었는데...

결국 그로 인해 명료해져 버렸다.


생각 외로 쉬운 이야기가 된 것이다..


*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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