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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Aug 25. 2022

<잠자는 숲속의 아저씨 "딸">단편

딸아이가 있다.

뭐 나에게는 항상 이쁘고 착한 딸이지만… 뭐.. 밖에서 어쩐지는 사실 잘 모른다. 밖으로 나간 딸은 미지의 사람이다. 


아빠는 오늘도 소파에 누워 있다.  항상 그랬듯.. 잠을 자고 그리고 또 누워 있거나 잔다.


“아빠, 일어나 도대체 맨날 잠을 자는거야…”


딸아이의 소리다. 딸아이는 아침이면 이런 소리를 내 앞에 투척한다. 

“고만좀 자… 빨랑 일어나서 밥도 주고..좀 부모가 해야할 일을 해야 할 거아냐..”


응.. 알았어..

아빠는 이런 소리를 듣고 주방으로가 아침을 차린다. 밥, 국, 반찬 그리고 

“오늘 겨란..후레이 해줄까..?”


“늦었어… 그냥 차려…”


“아니야… 니가 좋으면 금방 할 수 있어..”


“그럼 빨리 하던지..”


“응..”


아빠는 숨가쁘게 계란을 준비해서 후라이라는  간단 요리를 해서 식탁에 놓았다.


“자..준비끝.. 밥먹어”


“도대체 아빠는 언제까지 이렇게 잠만 잘꺼야.. 다른 아빠들은 이시간이면 벌써 일어나 회사도 가고 집안일도 하고 그러는데… 어린 딸아이 보호자로써 자세가 너무 안된거 아냐?”


아빠는 이런 딸아이의 목소리가 좋다. 미소가득한 웃음을 딸아이에게 보내본다.


“고만좀 웃어.. 뭐가 좋아서.. 에이 정말 사태의 심각성을 너무 모르는것 같아.. 잠좀 줄여 조옴...”


“아빠는 잠자는 숲속의 아저씨야..그러니까..자..ㅁ”


“고만!. 이상한 소리좀 그만해”

“아빠가 어떻게 잠자는 숲속의 아저씨야…”

“나 학교 가야해..”

“간다… 그리고 잠좀 자지말고 다른일을 좀 해봐..!”


딸아이는 아빠에 대한 수많은 걱정의 언어들을 현관 부근에 늘어놓고는 학교로 떠났다. 초등학교 6학년 어린딸은 항상 아빠를 걱정하면서 열가지 이상의 잔소리를 아침마다 늘어 놓는다.


뭐… 대부분은 잠좀 그만 자라는 것.. 흐흐


아쉽지만.. 아니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우리 딸은 아빠가 잠자는 숲속의 아저씨라는 말을 항상 이상한 말로 치부한다. 하지만 사실이다.


아빠는 딸아이가 없었던 시절에는 숲속에 살았다. 뭐.. 아니 살았다기 보다는 주로 잠을 자며 있었다. 그런게 내 운명 그런 것이기에 항상 숲속에서 잠을 주로 잤다. 숲을 떠난 기억이 없다. 언제부터 숲에 있었고, 또 언제부터 숲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지..


그렇다고 아빠라는 사람이 숲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다. 틀림없이 보통의 사람이 사는 집에서 태어났고 학교도 다니고 친구란 것도 있었고 그리고 부모.. 그래 부모란것도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 모든 것이 사라졌다. 


중요한 것은 가족 이라는 것이 일순간 사라졌고.. 나라는 존재만 남게되었다. 그것은 사고였을 수도 있고, 어쩌면 탐욕이었을 수도 있다. 물론.. 부모는 항상 건전했고 성실했다. 


아침에 일을 하러나가면 저녁에 되어 돌아왔고, 돌아오는 양손과 주머니에는 먹을 것을 될 수 있으면 가득 담아오려 노력했다. 거기에는 돈이라는 것도 포함되어 항상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며 나를 키웠다. 


하지만… 부모의 경제적 건전생활에도 불구하고 나는 “혼자”였다. 


그것이 문제였는지.. 아니면 어쪘는지… 어쩌면 나의 욕심이었을 수도 있다. 

잘못된 바램같은거..


이럴거면 차라리 혼자이고 싶다는 말을 종종 말해버렸다. 부모에게 말을 할 수 없었지만.. 그래 어떻게 부모에게 말할 수 있을까… 하루종일 일을 하며 자식에게 먹을 것을 만들어주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는 없다. 그들은 자신의 뼈와 살을 뭉개가며 아이라는 ‘나’를 먹이기 위해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역시 하지만,,,,,,,, 

이기적인 나는 ‘혼자’라는 것과 그와 동반하는 ‘외로움’을 참지못했고…. 

아니 음.. 두려워 했고 더 무서워 했다. 


배고품이 먼저일까… 외로움이 먼저일까..


알수는 없다.


다만.. 나는 외로움에 더 무서워 했던 것 같고… 불필요한 원망을 너무 많이 만들어 버렸다. 

그 원망이 결국 하늘에 닿았고..

죽도록 일만하던 부모는 나의 10대 끝자락에 소멸했다.


…………………………………..

… 음…


많이 울었다. 어쩌면 나는 부모를 살인했을지도 모른다. 한밤중에 자고 있는 선량하게 일만하는 부모를 칼로 찌르고 난사하며 부고시켰을 지도 모른다.


불쌍한 부모, 두 사람..


부모의 두손에는 지문이 없었다. 

부모라는 두 사람에게는 강건한 등뼈도 없었다.

엄마라는 사람의 가슴은 메말라 있었고

아빠라는 사람의 팔뚝은 가냘팠다.

두사람은 참 피폐해 보였다.


자식인 난 그냥 보통의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부모라는 사람은 헐거운 그런 몸을 가진체 누추한 곳에서 소멸했다.


다만… 그나마 그 헐거운 몸을 대신해서 돈이라는 것이 나에게 주어졌다.


돈..


돈은.. 참 무섭고 아팠다.

그리고 정말 혼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무지한 나의 원망은 스스로 가장 두려워한 ‘혼자가 ’되기 위한 바램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바램은 하늘을 감동시켜 이루어져 버리고 말았다.


난... 부모의 가냘푼 몸덩이에서 나온 얼마 안되는 유골가루를 상자에 담아 커다란 건물에서 나와야 했다. 두 사람 몸인데.. 왜이리 가벼운지.. 젠장 너무 가볍다.


집으로 돌아와..

두 사람이 소멸하고 나는 집이 생겨버렸다.

세 사람일때는 정말 작고 비루한 공간에서 함께 했는데…

정작 혼자이니 큰집이 생겨버렸다.

방도 무려 4개

아침, 점심, 저녁 이렇게 써도 한개의 방이 남는다.


남겨진 한개의 방에 “상자”를 두었다.


고독했다.


밥먹으라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항상 자고 있을때면 엄마는 엄마, 아빠 나가니까 밥먹어라는 말을 머리맡에 두고는 새벽을 나가셨다. 또 저녁이 되어 자고 있을때면 허기진 부모가 들어와 머리맡에 밥은 먹었니 하며 앙상한 손길로 내 몸을 만져주셨다. 거친 아빠의 손이 불편했지만... 신기하게도 그냥 난 잠들어 버렸다. 


1번방이 고독했고, 

2번방이 고독했으며,

3번방도 고독했다.




하지만..

4번방은 



고독할수도 들어갈수도 없었다.


그 방에 

그 가난한 

그 사람들은 

더 이상 없었다.


부모라는 사람들은 출생자체가 비천했다. 가난했고 무지했으며 몰골도 그저그랬다. 두 사람은 서로의 미천함에 끌렸는지 결혼을 했고.. “나”를 낳았다. 그리고는 그 미천한 그들의 태생지역을 떠나 도시로 왔다.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미천한 태생답게 미천한 일들 뿐이었다.


그냥 원래 살던 곳에 살았다면 그냥 그렇게 살았을텐데.. 최소한 그들끼리 행복하게 살수도 있었을 텐데.. 두 사람은 굳이 그곳을 떠나 도시로 왔고, 그렇게 일만하다 소멸되었다.


그들에게 나는 아마도 잠만자고 있던 ‘아이’일 것이다.


어쩐다... 이제는..


나는 정리하기로 했다. 부모의 삶이 미천한 이곳을 정리하기로 했다. 고독한 3개의 방이 있는 집을 정리하고, 어라.. 푸...후..... 이 부모는 나에게 보험금도 선사해주었다. 그들의 소멸은 생각 외로 많은 금전적 보상같은 것을 주었다. 응큼한 사람들… 마냥 순진하게 일만하는 개미인줄 알았는데 모종의 장치를 해두었다.


다만.. 그게 목숨을 담보로 했다는게 함정이지만..


하여간..나는 다 정리하기로 했고,  미천한 부모가 태어난 그곳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거기서 숲을 샀다. 

숲을 사고 남은 돈으로 작은 집, 정말 작은 집을 만들고 그 집 마당에 그들의 흔적을 묻었다.


항상 찾아올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난 잠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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