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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주 Aug 17. 2020

#11 “근데 사랑, 지금 진짜 없는데.”

사실은 사랑하는 사이 #11

연재 중이던 소설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2021.1.15)

<하는, 사랑> 출간을 알립니다. 

하는, 사랑




:: 연재소설입니다. 순서를 확인해주세요. ::

::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내용이 있습니다. ::




#11


“언니 나 어제는 악몽을 꿨어. 글쎄 꿈에서까지 입으로 받았는데 검은색 재 덩어리가 울컥울컥 나오지 뭐야. 게다가 그 장소가 시댁이었어!! 설상가상이지. 내가 무슨 황제를 꾀어서 권력을 얻으려는 애첩도 아니고 꿈까지 꿨어.”


오늘도 아침에 희수한테 카톡이 왔다. 아이를 등교시킨 후에 커피를 마시면서 글로 대화하는 것이 그녀와 나의 새로운 아침 습관이 될 것 같았다.


“어머, 그게 대체 무슨 꿈이니! 너 스트레스받는 거 아니야? 희수야, 오늘 그럼 간만에 전화로 얘기할까? 우리 너무 글로만 대화했잖아.”


오래간만에 목소리도 들어볼 겸, 희수의 마음을 좀 더 느낄 수 있을까 싶어 말했더니 희수가 발끈했다.


“전화는 안 돼!! 글로 해야 해. 나 언니하고 대화한 내용을 몇 번씩 다시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부한단 말이야. 프린트라도 할 판이라구. 지금도 딱 노트북 켜고 말 건 거야.”


“하! 그런 줄은 몰랐네. 알았어. 근데 너 남편한테 그 젤은 언제 사용해 볼 예정이니?”


나도 컴퓨터를 켜면서 물었다.


“오늘 오늘. 여태 매일 늦게 들어오고 술도 꽤 마시고 들어왔어. 그래서 오늘 오빠 출근할 때 오늘도 늦냐고 물어봤거든. 생각이 있으면 술 많이 안 마시고 오겠지.”


“근데 이런 거 물어봐도 되나? 너 물은 많아? 그게 한결같은 게 아니고 때에 따라서는 다르지만 대체로 말이야.”


“아유 언니, 우리 사이에 뭘 그렇게 조심스러워해? 나 그리 없는 건 아닌 듯. 요즘에는 특히 웹 소설 보면 꽤 흥분한다구. 예전에는 아팠던 걸 보면 그땐 물이 잘 안 나왔던 건가? 어쨌든 없는 편은 아니야.”


희수가 단언하니 안심이 되었다. 퍽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런 것까지 물어본 게 민망해서 말을 덧붙였다.


“이게 사실 말이 안 되는 거긴 하잖아? 물이 안 나오는 여자가 어디 있겠어. 흥분이 안 된 거지. 그리고 여자는 마음이 가야 잘 되잖아. 남편한테 열받는 게 있으면 물이 나오겠냐고. 아니면 남자가 오라지게 못하거나?”


“맞아. 지들이 전희를 안 하거나 못해서 물이 안 나오는 게 대부분 아니야? 여자가 무슨 섹스할 생각만 하면 미치도록 흥분해서 물이 절로 줄줄 흐르는 줄 알아!”


희수도 맞장구를 쳤다. 남자들이 물 많다 아니다를 지껄이는 것에 우리는 분노했다.


“오빠 친구 얘긴데, 여자 친구랑 헤어진 이유를 물었더니 물이 없어서라고 하더래. 정확하게는 ‘물이 없어서 맛이 없어.’ 이거였대. 너무 어이없지 않아? 이게 자기 여자 친구였던 사람한테 할 소리야? 자기가 흥분 못 시킨 생각은 안 하고.”


“미쳤다 미쳤어. 그건 핑계겠지. 다른 이유가 있지 않겠어? 근데 친구들한테 이유랍시고 그걸 말하고 다녔다니 너무 치졸하다. 그 생각나서 물어본 거야? 나 물 없을까 봐 걱정한 거야? 나 맛없어서 남편이 안 하나 하구?”


희수는 말끝에 웃음 표시를 가득 달아서 보냈다.


“하하. 아니야. 너 물 나오는 거면 남편 사랑하는 거다. 그걸 말하고 싶었어. 남편을 사랑하진 않지만 어떤 목적 때문에 하는 것처럼 자꾸 얘기하잖아. 네가 섹스에 환장하는 것도 아니고 사랑하지 않으면 물이 나올 리가 있어?”


“그런가? 근데 사랑, 지금 진짜 없는데.”


“네 속마음을 네가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닐까? 근데 내 후배 중에도 자기는 도통 물이 없다고 하던 애가 있었어. 그 얘기를 듣고 너는 아직 너무 어려서 그럴 수 있다고 말해줬었거든. 근데 한참 후에 남자 친구가 그러더래. 너는 나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결국, 그 남자도 또 여자 물 없다고 헤어진 거야?”


“다른 뉘앙스긴 하지만 어쨌든 헤어지긴 했어. 근데 되게 오래 사귀었거든. 3년도 넘었던가? 그 애들도 우리 과 커플이었어. 사귀는 동안 계속 섹스는 했대. 근데 어느 날 남친이 슬픈 얼굴로 그러더래. 자기가 아무리 애써도 너는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자기를 깊이 사랑하지 않는 거 같다고 하더래. 후배한테 말은 안 했지만 그 남자 후배 마음도 이해 가는 부분이 있어. 그 말대로 진짜 맘속 깊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 아닐까 싶었거든. 여자애는 몇 년 후에 다른 사람과 결혼했는데, 남편과는 어떤지 몰라. 내가 먼저 물어볼 수는 없으니까. 근데 나중에 나한테 그런 말은 했어. 자기는 전 남친을 되게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남편을 만나고 나니까 아예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라고 하더라고. 내가 히스토리를 다 아니까 에둘러 그렇게 알려준 게 아닐까 싶더라. 어쨌든 이 이야기의 결론은 너는 아직 남편을 사랑한다는 거야.”


“물 안 나오면 언니가 추천해준 그런 걸 사용하면 되잖아. 후기에도 그 얘기가 있었어. 어떤 여자는 남편 몰래 쓴다더라?”


“이걸 남편 몰래? 그게 가능한가?”


“아마, 질 속에 넣어 놓고 시작하는 거 아닐까? 물 많은 척?”


“그러면 줄줄 흐를 거 아니야. 대체 어느 타이밍에 몰래 넣을 수 있는 거지? 섹스하자고 하면 바로 삽입부터 해버린다는 건가?”


“그거야 모르지만 그렇게라도 하는 거겠지. 남자가 못하면 나오던 물도 도로 들어갈 판인데 어쩌겠어. 근데 그 남자는 모르겠지. 그저 자기가 잘해서 물 많이 나오는 줄 알 거야. 아, 그것도 너무 싫다! 착각할 거 아니야. 지가 잘하는 줄로!”


“남편이 착각하든 자뻑하든 어쨌든 굿 섹스하면 되는 거 아니야? 부인이 그렇게까지 하는 거는 박수쳐 줄 일이다.”


“오빠도 딱 넣을 정도로만 나오면 바로 넣으려고 그랬어. 그래서 내가 더 싫어했던 거야. 어쨌든 오늘 꼭 성공해서 내일 다시 언니의 지령을 받겠어. 올림픽도 아니고 언니 부부가 우리 부부 섹스를 이렇게 손에 땀을 쥐며 기다리다니. 그나저나 이 작가 부부가 글은 안 쓰고 맨날 섹스만 하고 있었던 거야. 내가 이제야 알겠네.”


희수와 여자의 애액에 관해 얘기하다 보니 최근에 섹스할 때의 일이 떠올랐다. 남편이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아유, 여기 완전 난리 났어.”


남편은 나를 살짝 놀리는 듯하면서도 감탄의 말을 했다.


“예전에는 너 이렇지 않았는데. 그치? 그래도 난 예전은 예전대로 좋았어. 나는 너밖에 없고 나한테는 네가 늘 최고니까. 하지만 지금의 너를 경험한 상태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그건 하늘과 땅 차이일 것 같아.”


“그치, 내가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지. 그땐 오빠가 침 묻혀 놓고 넣을 때도 많았잖아.”


“뭘 그렇게 얘기를 해. 나는 너 애무한 건데.”


“내 입장에는 잘 들어가게 침 바르는 거 같았거든. 그때를 돌이켜보면 섹스 암흑기였다.”


“암흑기라니! 지금과 초창기를 똑 떼놓고 단순하게 비교하면 안 돼. 점점 나아지는 거잖아. 그때도 우린 괜찮았어. 늘 열심히 했다고. 네가 거부한 적이 많아서 그렇지. 종종 되게 좋은 섹스도 했었고. 안 그래? 둘 다 섹스를 그렇게 못할 때였는데도 늘 그저 그랬던 건 아니었잖아. 그리고 나는 그저 너랑 하나가 되는 게 너무 좋았어. 사정 안 한다고 네가 화를 내서 그랬지.”


“가뜩이나 아픈데 안 싸고 끝내면 다음 날 또 하려 드니까 그랬지. 미안하게 생각해.”


나는 위에 있는 남편의 두 볼을 감싸 안고 사과했다.

남편은 천천히 피스톤을 하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지금 이렇게 잘하는 상태로 과거로 돌아가서 그때의 너랑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나도!! 지금 내 기술로 과거의 오빠한테 가는 거야. 나랑 하기도 전으로 가서 오빠를 기절시키고 오는 거지. 지금의 나는 블로우잡만으로도 그때의 오빠를 기절시킬 수 있어.”


“같이 과거로 가서 각자 젊은 우리랑 하고 오자. 질투하지는 마라. 너랑 하는 거니까.”     


며칠 전에는 우스개로 이런 얘기를 했지만 정말로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남편은 젊고 날씬했던 나와 섹스하고 오면 좋을 텐데. 나도 어리숙한 남편의 혼을 쏙 빼놓고 오면 좋겠고.


능수능란한 나에게 어쩔 줄 몰라 하며 속수무책으로 당할 젊은 시절의 남편을 상상하니까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나는 희수와 대화하는 내내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있던 남편에게 다가가 뒤에서 안고 바지 속으로 손을 넣었다.


“아유, 말랑말랑하게 코~ 자고 있었네. 요 귀여운 녀석이?”


“너 여태 컴퓨터 하다 온 거잖아. 더러운 손으로 왜 이러세요.”


“손이 더러우면 좀 어때서요.”


“점심 먹고 바로 하려고 했단 말이야. 아침에 샤워하고 깨끗하게 유지하고 있던 건데. 언제든지 네 몸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항상 손 씻고 만져줘.”


“알았어. 근데 이미 더러워졌는데 어쩌지? 내가 깨끗하게 해 줘야겠네.”


나는 남편의 바지를 내렸다. 쌈 채소를 다듬고 있던 남편은 싫지 않은 듯 돌아서서 나의 애무를 달게 받았다. 

남편의 시선을 정수리에 느끼면서 단단한 남편의 허벅지를 움켜잡고 나의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사랑을 퍼부었다. 전기밥솥에서는 취사가 완료됐다는 명랑한 목소리가 나왔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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