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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주 Sep 10. 2020

(번외편) 지구촌 성 풍속도

sex and love around the world

제 소설과 상통하는 이야기라 읽을거리 하나 더 준비했어요.


연재 중이던 소설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2021.1.15)

<하는, 사랑> 출간을 알립니다. 

하는, 사랑




크리스티안 아만푸어 : 지구촌 성 풍속도

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최근에 보았습니다.

 

CNN 앵커 크리스티안 아만푸어가 일본(도쿄), 인도(델리), 레바논(베이루트), 독일(베를린), 가나(아크라), 중국(상하이) 이렇게 여섯 개 도시를 다니면서 각 나라의 성 풍속도를 알아보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우리나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우리나라와 그래도 유사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편을 보았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다른 구석이 있요.


일본은 결혼한 남녀가 애인을 만나는 게 당연시되는 풍조 해요.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는 문화라고 합니다. 대신 고맙다 라는 표현을 한대요.

보통 자식들이 부모의 애정표현을 전혀 못 보고 자란다고 해요. 남들이 보는 곳에서 스킨십을 하지 않는 문화요.

결혼을 한다는 건 부부가 되는 것보다 엄마와 아빠가 된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대요.

 

"누구를 만나는 게 귀찮아요. 짝을 찾는 것도 지겹고 귀찮아요."


일본 젊은이들은 약간 이런 상태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데이트하고 결혼하고 그러는 게 너무 힘들고 귀찮고, 다소 포기한 상태라는 기사를 본 적 있는데, 일본은 훨씬 전부터 그 상태가 되었고 지속되고 있나 봅니다. 아무래도 경제 불황이 계속되다 보니까 뭔가 진취적으로 행동하고 가정까지 꾸리며 책임감을 갖고 사는 것이 힘들어진 까닭이겠죠. 또 어려서부터 '하지 마라'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듣고 자라서 자신감이 없는 상태가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어쨌든 가정을 꾸리기에는 부담스럽고 연인을 사귀자니 귀찮은 상태가 되기 때문에, 대가 없이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매춘을 한다고 합니다. 여러 섹스 클럽이나 바 bar를 가기도 하고요.


섹스 산업은 우주 최강이면서 섹스리스 비율은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높은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해가 갑니다.


연애 때는 섹스를 하지만, 결혼을 하면서는 섹스는 안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구석이 있네요. (소설 때문에 취재할 때 그 얘기가 가장 많았거든요!)

몇 컷만 캡처해서 가져왔습니다.  



일본에서는 섹스 없는 결혼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는 멘트가 나옵니다.

뭐? 부부끼리 섹스를 해? 이런 상태...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비슷한 추세가 되어가는 듯합니다.

특히 중년의 나이가 되고서는 '누가 부부끼리 섹스를 하냐' 이 소리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여기서도 나오네요.

미혼일 때는 섹스하던 그들이 부부가 되면 섹스하지 않는 겁니다.


어떤 분이 이렇게 결론 내립니다. 오랫동안 만난 사이면 섹스를 안 하게 된다고.

그러니까 부부가 섹스를 하지 않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거겠죠?


계속 잠자코 있던 어떤 여성분에게 아만푸어가 질문합니다.

아이 둘이라는 여성에게 섹스를 묻네요. 부부 섹스를 안 한다는 얘기를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 남편과 섹스하는지를 묻는 거예요.


당연하게 안 한다고 대답하죠.


그 얘기를 듣자마자 다른 여성이 이렇게 말합니다.

"그럼 얘는 누구랑 하는 거야?"

남편과 안 한다고 하면 '아, 쟤는 섹스를 안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지 않고, 대뜸 '그럼 누구랑 하고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각방 얘기가 나오죠.

우리나라도 너무 많은 집에서 엄마 아이 자고, 남편은 따로 자요.

아이가 자라 자기 방을 가지고 홀로 자는 시기가 와도, 부부는 여전히 따로 자는 경우가 많아요. 각방의 고착화.


외롭냐고 물었어요.

외롭다는 대답이 옵니다.


남편하고 다시 섹스하는 건 어떻겠냐고 물었는데, 완전 화들짝 놀라요. 말도 더듬고, 그런 건 상상할 수 없다는 듯이 깜짝 놀라네요. '어떻게 그런 말을!'이라는 수준으로 놀라요.

이미 너무 오래 지나버렸대요.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오래 지났다고 하니까 아만푸어가 얼마나 지났냐고 다시 물었어요.

10년이 넘었대요. 10년 넘은 섹스리스.... 드문 일은 아니죠. 일본도 한국도.

(이 여성분은 영어를 못해서 옆에 친구가 다시 영어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섹스리스인데도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니까 그래도 결혼 생활은 괜찮은지를 묻습니다.


이 문장이 핵심이에요.

섹스는 하지 않지만, 저희 관계는 좋아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어요.

제 소설 속 윤주의 동네 언니와 같은 대답인 거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합니다.


"섹스는 하지 않지만 우리 사이는 괜찮아."


'괜찮은 것, 원만한 것, 나쁘지 않은 것'과 '서로 사랑하는' 부부라는 것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허구한 날 싸운다거나 서로 적대적이지 않으면 보통 좋다, 그러니까 괜찮다고 여깁니다.

물론 괜찮습니다. 사는데 지장도 없고, 사실 다른 행복들도 얼마나 많아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사랑하면서 사는, 그러니까 섹스하면서 사는 부부관계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없는 거예요.


혹시나 하고 물어봅니다.

10년 넘게 섹스리스라고 하니까요.


시종 촉촉던 눈가가 애인 얘기에 환한 웃음으로 바뀌었어요.

애인이 있다고 답했는데요. 어쩌면 당연한 것일까요?

우리나라도 그렇다(애인, 섹스파트너를 두는 것)는 얘기를 많이 듣긴 했어요. 저는 믿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의 섹스리스 비율을 보면 가능성이 없는 얘기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여성분은 굉장히 여성스럽고도 멋진 분이었는데, 파트너한테 섹스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이에요.(너한테는 성욕이 일지 않는다는 식으로) 그래서 섹스를 안 하게 되었고, 전반적으로 자신감을 잃은 상태라고 인터뷰하는 내용이 나왔어요.


이놈의 섹스가 대체 뭐라고, 이렇게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지....


참고로 중동 쪽(이 다큐에서는 레바논이 등장했는데요)은 섹스에 굉장히 억압되어 있잖아요.

하지만 구글에 아랍어로 가장 많이 검색되는 단어가 '섹스'라는 웃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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