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과 꿀과 버터의 환상적 콜라보
이건 오래전부터 곧잘 해 먹던 닭날개 구이 레시피이다.
복잡하거나 손이 많이 가는 건 싫어해서 정말 기절할 정도로 맛있지 않다면 일회성 요리에 그치고 만다.
(최근에 해먹은 양송이 리조또가 그러하다.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 먹을 욕심은 많아서 양을 많이 하는 바람에 계속 젓느라고 가뜩이나 오십견이 온 어깨가 빠질 뻔했다.)
이 닭날개 구이는 근 15년의 세월 동안 셀 수 없이 해 먹었다.
맛도 있는데, 쉬운 요리라는 결정적 증거다.
먼저 17년 된 내 블로그를 뒤져서 나온 닭날개 구이 사진 중에 몇 개를 올려본다.
내가 이 요리의 레시피를 티브이에서 본 건 한 25년 전쯤이 아닐까 싶다.
케이블 방송이 없을 때인데 영어방송이었던 걸 보면 티브이에 나오는 미 8군 방송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영어도 모르면서 심심할 때면 그걸 잘 봤다. 못 알아들어도 재미있어할 만큼 우리나라 방송과는 다른 새로움이 있었다. 퀴즈 프로도 보고(낱말 맞추기를 좋아했다), 드라마도 보고(제너럴 호스피털이란 드라마가 생각난다), 오프라 윈프리 쇼도 잘 봤다.
그날은 요리 방송이 나오고 있었는데 웬 젊은 청년이 닭 요리를 시작했다.
지금이야 남자 요리사가 방송에 많이 나오지만, 그때는 젊은 남자가 요리 방송을 하는 것을 보면서 생소하게 느꼈던 기억이 난다. 이 방송 한참 후에야 제이미 올리버와 그의 돌절구가 대대적인 히트를 쳤으니까.
어쨌든 청바지와 티를 입고 나와서 요리를 하던 그 남자가 얼마나 간단하게 닭 요리를 만들던지, 약간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
레시피와 방법이 간단해서 영어를 잘 못 알아듣는 나도 훤히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어른들끼리만 먹을 거면 마늘을 여섯 배 더 넣어도 된다는 말도 또렷이 기억난다.)
완성된 닭요리는 또 얼마나 맛있어 보이던지!!
오븐이 보급되기 전의 세상은 한식에 치중된 세상이었다.
그때 미국의 요리프로를 보고 있으면 입이 떡 벌어졌다.
'집에서 저런 걸 만든다고?'
쿠키와 컵케잌, 보기만 해도 박수가 절로 나올 것 같은 애플파이와. 본 적도 없는 갖가지 닭고기 요리와 돼지고기 요리들이 정말 환상적으로 보였다.
그 모든 것들이 다 내가 넘볼 수 없는 남의 집 일들이었지만, 거기서 눈을 떼기 힘들었다.
나도 저런 걸 만들어 먹고 싶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아주 막연한 동경 같은 거였다.
오븐이 가정에 보급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요리 영역이 무척 넓어졌는데, 나도 그러하다.
그 시작에 허니 버터 갈릭 닭날개 구이가 있다.
내가 그 옛날 그걸 얼마나 집중해서 봤으면 딱 한 번 봤던 그 레시피가, 그로부터 10년이나 지난 시점에 집에 오븐을 들이고 나자 딱 생각이 나는 거다. 그때 그 닭날개 요리를 해 먹어야겠다고.
이후로 닭날개 구이는 나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며칠 전, 마침 사놓은 아랫 날개가 1킬로나 있어서 맘먹고 요리 과정을 사진 찍어 보았다. (사실 과정이랄 것도 없다.)
쉽고 맛있는 레시피는 널리 알려야 하므로!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오븐이 필수다)
1. 닭 날개 (각자의 오븐과 오븐용기에 따라 적당량)
2. 감자 (혹은 고구마. 윗 사진에도 썼지만 마도 괜찮았다.) 적당량
3. 버터 (나는 가염버터를 사용한다. 버터 대신에 오일을 사용해도 괜찮을 것, 양은 적당히)
4. 다진 마늘 (적당량이다. 적은 것보다는 많은 게 맛있다. 나는 1킬로 기준으로 다진 마늘 큐브 대여섯 개 사용했다. 이보다 더 넣어도 괜찮다.)
5. 꿀 (이것도 적당량이다. 나중에 먹을 때 그래도 달달한 게 좋으면 밥숟갈로 크게 2~3 숟갈 정도?)
양념량이 다 적당량인데, 대충 해도 항상 맛있다.
버터가 많으면 버터맛이 강해서 좋을 테고, 버터가 너무 적으면 기름기가 덜 돌 텐데, 닭을 넣고 비빌 때 보면 감이 좀 온다. 오일류를 조금 더 넣을까? 하고.
맘 같아서는 청양고추 네 개쯤을 다져 넣고 버무려서 굽고 싶은데, 아이가 아직 청양고추를 썩 잘 먹지 못해서 못해봤다.
원래 생으로 했었는데(방송에서도 생닭이었다) 익는 과정에서 물이 많이 나와서 수분을 날리기 위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껍질이 눅진한 느낌으로 익어서, 언젠가 한번 삶아낸 다음에 (오래도 아니고 핏물 가실 정도) 해보니까 훨씬 괜찮았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불순물 제거도 할 겸, 물이 생기는 것도 줄일 겸해서 항상 한번 끓여낸다.
가염버터가 아니거나 버터 대신 오일을 사용한다면 소금을 좀 신경 써서 뿌려 줘야 한다.
그래도 짠 것보다는 싱거운 편이 나으니까, 그건 개선이 가능하니까 몇 번 해 보면서 감을 찾으면 된다.
먹을 때 싱거우면 그때 소금을 뿌려서 뒤적인 다음에 먹어도 되니까.
굽는 시간도 각자의 오븐에 맞게.
나의 경우는 180~190도 정도에서 20분 정도 하는 것 같은데,
15분이 지나면서부터는 계속 닭 날개의 색깔을 보면서 조금 더, 조금 더.... 이런 식으로 한다.
다 익었어도 색이 좀 나야 더 맛있으니까.
굽고 나면 오븐 팬에는 허니 버터 갈릭 맛이 나는 기름 국물이 좀 생기는데, 닭날개 살을 거기에 찍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