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손쉽게 만드는 스콘과 팬케이크는 사람 수만큼이나 레시피도 다양하다.
레시피가 이토록 다양하다는 건, 뭘 어떻게 해도 결과물이 잘 나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20년이 넘는 결혼생활 동안 우리 부부는 빵을 먹는 아침식사를 했다.
남편도 나도 쌀밥에 목숨 걸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도 여행할 때처럼 며칠 지나도록 쌀을 먹는 일이 없기도 했다. 물론 애가 태어난 이후에는 얘기가 달라졌지만, 아이가 좀 자라자 다시 우리의 아침은 빵이 주가 되었다.
그럼에도 스콘과 팬케이크는 몇 년 동안 우리 집 아침 메뉴가 아니었다.
잠꾸러기인 나는 애를 깨워서 뭐라도 간단히 먹여 등교시키기 급급했기 때문이다.
어쩌다 가끔 주말 낮에 맘먹고 먹는 메뉴가 되었고, 그게 가끔이 되니까 점점 더 뜸해졌다.
가끔 먹는 메뉴였기 때문에 어느 날은 베이킹파우더가 없고, 어느 날은 밀가루, 생크림, 우유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까 '에이~ 다음에 사다가 만들어야지.' 이렇게 되고 마는 거다.
어쨌든 코로나로 아이가 등교를 하지 않고 남편도 아침에 나가지 않는 날들이 많아지자 오전 시간이 여유로와졌다. 크루아상 생지를 사다 구워 먹기도 하고, 샌드위치를 만들기도 하고, 아들 녀석이 매우 좋아하는 마카로니 샐러드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스콘과 팬케이크도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가족들의 식욕을 한껏 자극시킨 후에 10시쯤 천천히 아침식사를 한다.
스콘과 팬케이크의 공통점은 둘 다 매우 쉽다는 것이다.
스콘
재료 : 박력분 (중력분도 괜찮다.), 생크림(우유로 해도 된다.), 베이킹파우더(소다 아님), 소금과 설탕
예전에는 버터와 우유를 넣는 레시피를 사용했는데 - 박력분 300, B.P 8, 소금 2, 설탕 30, 버터 80, 우유 150 - 지금은 그냥 생크림 하나로 간단히 만든다.
제법 큰 스콘 6개가 나오는 분량이다. (중간 크기 8개)
박력분 330g
생크림 300g
베이킹파우더 6.5g
소금 3.5g
설탕 20g
같은 분량의 생크림을 넣어도 질은 날도 있고, 뻑뻑한 날도 있다.
생크림을 280그람쯤 넣고 섞다가 괜찮아서 그만 넣기도 하고, 어느 날은 뻑뻑해서 300그람보다 조금 더 넣기도 한다. 어느 경우건 다 괜찮은 스콘이 나온다.
베이킹파우더는 7그람이 달려도 괜찮고, 소금도 4그람이 돼도 큰일이 나지 않는다.
설탕은 원래 레시피는 이 정도 양이면 80그람쯤 넣어야 하지만, 딸기잼도 얹어 먹을 거니까 대폭 줄였다. 그러니까 더 넣어도 된다.
모양이 만들어지는 적당한 '되기'만 되면 된다.
반죽을 만드는 데까지는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그마저도 전날 밤에 반죽을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아침이 더 간편하다.
가루재료를 무게 달아서 잰 후에 섞고, 생크림을 붓는다.
날가루만 보이지 않게 설렁설렁 섞는다. 뭉쳐진 반죽이 좀 질어보이지만 그냥 무시했다.
비닐에 반죽을 넣고 대충 두드려서 모양을 잡아준다. 높이가 2센티쯤? 냉장고에서 30분쯤 둔다. 전날 밤에 이렇게 만들어 두면 아침이 더 가뿐하다. 30분 후에 꺼낸 반죽.
어쩐 일인지 반죽이 몹시 질지만 무시하고 비닐 위에서 대충 6등분을 하고, 오븐팬에 종이호일을 깔고 올려놨다.
잘만 만들던 스콘이 막상 사진을 찍으려고 맘먹은 날에 저렇게 질게 되었다.
손님 온 날 음식 망친다고, 맘먹고 사진 찍으면서 했더니 저 모양이다. 오죽하면 자르는 칼에 밀가루를 다 묻혀서 잘랐다. 비닐에서 똑 떨어지지 않아서 겉도 매끈하지 못하지만, 어쨌든 이러나저러나 스콘이 된다는 건 알고 있다.
질은 스콘 반죽도 잘 부푼다. 180도로 예열해둔 오븐에 20분 내외로 굽는 것 같다. 15분쯤 지나면서부터는 윗색이 나는 걸 지켜본다.
겉이 울퉁불퉁하게 됐지만 어쨌건 잘 구워졌다.
겉바속촉 스콘
갓 구운 스콘은 항상 맛있다.
왜 반죽이 질게 됐지? 하고 며칠 후 다시 만들었다.
그때 저울의 영점 조정이 잘못되었던지 이번에는 평소처럼 너무 잘 되었다.
'사진 안 찍으니까 이렇게 잘 되는 것 봐!' 속으로 그랬다.
이번에는 8등분을 했다. 아주 딱 좋은 되기의 스콘 반죽. 위에 우유도 한번 발라줬다.
아주 잘 구워진 스콘
잘 부풀어서 갈라진 결을 보면 군침이 돈다!!!!
가염버터를 썰어 올리고 딸기잼도 얹어서 먹는다!! 훌륭해!!!!
팬케이크
재료 : 다목적분(박력분도 괜찮다.), 우유(생크림으로 해도 된다.), 베이킹파우더(소다 아님), 달걀, 오일(버터 가능), 소금과 설탕
밀가루 1컵 (150g)
설탕 2 테이블스푼 (30g)
베이킹파우더 2 티스푼 (10g)
소금 1/2 티스푼 (2g)
우유(생크림) 1컵 (200g 내외 - 되기 보고 가감 가능)
식물성 오일(또는 녹인 버터) 2 테이블스푼 (20g)
달걀 1개
세 식구가 너무 배부르지 않게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레시피는 예전에 보고 적어둔 마샤 스튜어트의 레시피이다.
크게 1, 2g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적당한 되기만 되면 된다.
버터를 넣으면 더 풍미가 있겠지만, 녹여 넣기가 귀찮고 어차피 팬케이크에 버터 잔뜩 올려 먹을 것이라서 포도씨유를 넣었다.
팬케이크를 굽기 전까지의 과정에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분량의 가루재료(밀가루, 베이킹파우더, 소금, 설탕)를 섞는다. 액체재료(우유, 달걀, 오일)는 따로 잘 섞은 후 가루재료에 섞는다. 저정도의 되기가 되면 된다.
소량의 기름을 고루 바른 팬에 (중약불) 한 국자씩 떠서 익힌다.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면 뒤집을 타이밍!!!
살짝 들춰서 밑색이 난 것 같으면 뒤집어준다. 기름은 거들 뿐! 중간불에서 잘 부풀도록 익힌다.
베이킹의 묘미는 부푸는 순간에 있는 것 같다. 오븐 속이든, 프라이팬 위든 납작한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면 마음이 흡족해진다.
밀가루 반죽이 부푸는 것을 보면 맛있는 것을 야무지게 먹는 내 새끼를 보는 것처럼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따뜻한 팬케이크에 버터와 시럽! 꿀을 뿌려도 좋다. 쨈과 함께 먹어도 좋고.
행복해지는 아침 식사
아이 네 장, 남편도 네 장, 나는 두 장
커피와 팬케이크로 아침이 즐겁다.
버터와 시럽이 스며들어 폭삭하게 부불어 오른 팬케이크는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