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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이 Aug 29. 2022

눈물

2021년 1월 14일의 기록

처음 시작한 직장 생활은 모르는 것 투성이었고 그래서 어려웠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내게는 많은 조력자가 있었다.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엄마, 대학원 시절 함께 일했던 동료를 비롯한 동기들, 친구들에게 현실적인 조언과 정서적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직장 내에서도 가까운 사람들이 생겼고 이는 내가 직장 생활에 안정적으로 적응하는데 큰 보탬이 되었다.


첫 해는 좌충우돌 많은 일에 부딪혔다. 상사가 원하고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그것이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아 힘들었다. 적당히 타협하는 법을 배우는 데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때도 나는 많이 울었다. 솟구치는 눈물을 삼키지 못해 화장실에 뛰어 들어간 적도 있었고, 직장 선배나 동료를 붙잡고 울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눈물들은 ‘건강한’ 눈물이었다. 나는 내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힘들다고 말할 사람이 있었고, 울음을 통해 해소할 수 있었다. 그래서 첫 해는 힘들었지만, 그리고 처음은 누구에게나 힘들겠지만, 그만큼 즐겁기도 했다.


문제는 입사하고 맞이한 두 번째 해였다. 더 이상 낯설지도 않고, 업무에 필요한 건 대충 다 알았으니 슬슬 내 기량을 펼쳐보자고 마음먹은 차였다. 첫 해의 업무가 너무 복잡하고 고되었기 때문에 ― 모두 기피하는 업무라 인사 평가 시 가산점까지 주어졌다 ― 나는 업무적으로 제법 성장해있었다. 그러나 생각지 못했던 부서 이동이 있었고, 코로나 사태까지 벌어져 나의 야심 찬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나의 의지와 마음을 꺾은 것은 새로운 부서의 부장이었다. 그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면서 인정 욕구만 넘치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나는 매번 무의미하게 같은 일을 두 번 세 번 해야 했지만, 첫 해의 부장 역시 나를 힘들게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이번에도 시간이 지나면 적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즈음 나는 막 연애를 시작한 참이었다. 코로나가 가져다준 유일한 낙, 야근 금지. 칼퇴가 보장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매일 만날 수 있었다. 데이트라고 해봐야 퇴근하는 나를 그가 픽업하고, 한적한 공원에서 함께 도시락을 까먹고, 해가 질 때까지 손을 잡고 걷다 헤어질 뿐이었지만 매 순간이 즐거웠다. 그해에 직장을 옮긴 그 역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헤어질 시간이 가까워오고, 다음 날 출근을 생각할 때면 우리는 곧잘 눈물을 글썽였다.


작년에 비하면 업무도 많이 줄었고, 마음속 깊은 이야기까지 꺼내 놓을 수 있는 사람도 곁에 있는데 나는 왜 더 힘들까. 출근하기가 이렇게까지 싫었던 적은 없었는데, 도대체 무엇이 나의 마음을 이렇게 힘들게 할까. 나는 끝없이 고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은 점점 더 심해져 주말이 오기도 전에 새로운 월요일을 맞을 생각에 우울해졌다.


나는 생각했다. 작년엔 무슨 낙으로 출근을 했더라. 그리고 떠올렸다. 학교 가기 싫은 날 아침이면 나의 마음을 다잡았던 생각들을.


‘간식 가져가서 세희 샘이랑 먹어야겠다. 커피 내려달라고 해야지.’

‘이거 귀여우니까 달용 선생님 갖다 드리면 좋아하시겠지?’


힘든 날에도 꾹 참고 출근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곳에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임을,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동시에 내가 관계를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며 그것에 많이 의지해왔다는 사실도 알았다. 유감스럽게도, 세희 샘도 달용 샘도 이직하여 이제 더는 직장에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의지할 곳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마음을 기댈 동료는 없지만 작년과는 다르게 지금은 그래도 짝지가 있으니까, 존재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니까, 조금만 지나면 마음에도 굳은살이 생길 테고 그러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나는 나를 다독였다.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원인이 무엇인지 알았지만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한  시간을 흘러만 갔고 직장에 대한 거부감은 매일  심해졌다. 마침내 출근길 버스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나를 발견했을 , 나는 상황이 심각함을 깨닫고 상담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호밀밭출판사 We-rite 참여 원고

http://bu-rite.com/bbs/board.php?bo_table=we5&wr_id=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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