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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주 Mar 16. 2020

#7. 아르바이트와 소개비

[르포 소설] 중독

 오디오 기기는 ‘하얀 연가’를 반복해서 재생했다. 풍은 목의 핏대를 세우며 큰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렇게 노래가 십 수 번 무한 반복됐을 때, 우산을 쓴 마이가 다른 여자들과 함께 골목에서 걸어 나왔다. 란의 친구로 보이는 여자들 다섯 명이 보였다. 김 사장이 담배꽁초를 창밖으로 던졌고 음악을 껐다. 풍이 차문을 열어 여자들을 맞았다.



 란은 기분 좋은 얼굴로 앞장서서 차에 올랐다. 풍은 여자들의 숫자를 셌다. 마이가 여자들을 태우고 나서 김 사장 옆 자리에 앉았다. 내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구멍가게 여자가 딸과 함께 차량 앞에 서있었다. 자신의 어린 딸은 보내지 않겠다며 소개비를 달라고 했다. 풍은 결혼이 성사되면 주겠다고 둘러댔다.

 란과 함께 온 여자들 모두 앳돼 보였다. 다들 일자리를 찾지 못해 힘들다고 했다. 한국에 일하러 가게 되어서 기쁘다고 했다.

 “당신들은 면접이 아니라 맞선을 보러 가는 거예요. 일이 아니라 결혼을 하러 간다고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내가 알려줬다.

 “한국에 가면 공장에 가서 일할 거예요. 가족을 위해서 돈 벌어야 돼요.”

 무리 중 제일 성숙해 보이는 여자가 말했다. 다른 여자들도 베트남 가족에게 돈을 보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 가게 되면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서로 떠들어 대느라 차 안이 소란스러웠다.

 “김 사장님! 흐엉도 데려갑시다!”

 여자들의 숫자를 확인한 풍이 김 사장에게 말했다. 9인승 차량은 이미 정원을 채우고 있었다. 한 명을 더 태우기 위해 차는 다시 비포장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서서히 가늘어졌다.

 우리를 태운 차량은 까이랑 7구역에 있는 한 빈민가에 멈춰 섰다. 창밖으로 낡은 집이 보였다. 휘어진 현관문 덕분에, 집안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아기에게 모유를 주고 있었다. 대여섯 살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와 옆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풍이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여자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여자는 물리던 젖을 떼어낸 후 아기를 남자에게 맡겼다. 남자가 천장 쪽으로 손을 뻗어 청록색 천을 내리자, 현관이 가려졌다.

 여자가 천을 걷고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얇은 빨간색 원피스와 하이힐로는 멋 내기에 부족했는지, 온몸을 장신구로 치장하고 있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우산을 씌어주며 따라왔다.

 “흐엉, 오늘은 집에 들어올 거지?”

 여자의 뒤통수에 대고 남자가 개미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 좀 칭얼거려. 짜증 나 죽겠네!”

 흐엉이 고함을 내지르며 차에 탔다. 남자는 주눅이 들은 표정으로 집에 들어갔다.

 흐엉은 운전석 뒷자리에 앉았다. 백미러로 김 사장과 눈인사를 나누더니 마이에게 말을 붙였다.

 “아가씨! 자주 보네요. 나처럼 아르바이트 하나 봐?”

 마이는 흐엉과 눈인사만 주고받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좀 놀랐다. 하지만 상황이 잘 파악되지 않아 잠자코 있었다.

 정원을 초과한 차 안은 옆 사람과 옆구리와 팔뚝이 닿아 비좁았다. 란과 친구들은 한국 남자에 대해 떠들었다. 란은 ‘겨울연가’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이 이상형이라고 했다. 여자들 모두 까르르 웃었다. 마이와 나는 웃지 않았다.

 꿉꿉하던 날씨가 개었다. 차창으로 강렬한 햇빛이 들어와 눈이 부셨다. 나는 차창 커튼을 치고 잠시 눈을 붙였다.       


글/ 사진: 박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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