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몇 단계까지 있을까?
영화 <인셉션>에서는 4단계의 꿈속으로 들어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꿈을 수행의 도구로 삼은 여러 영성 전통에서 전해지는 기법들을 영화의 소재로 활용했는데, 몽중몽은 실제로 가능한 현상일까? 개인적으로 경험한 적은 없지만, 한 인류학자가 북미의 카위야 (Cahuilla) 인디언을 찾아가서 담아온 이야기를 통해 몽중몽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데, 이를 <인셉션>의 설정과 비교해보면 무척 재미있다.
카위야 인디언 여성 치유사였던 루비 모데스또 (Ruby Modesto)에 의하면 카위야 전통에서는 꿈 세계를 오갈 수 있고, 치유하는 힘을 지닌 샤먼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고 한다. 카위야인들은 이러한 샤먼을 풀 (pul)이라고 불렀고, 그녀와 그녀의 삼촌도 풀로 태어났다. 풀이 일반인과 구분되는 것은 꿈을 통해 '드림 헬퍼' (dream helper)를 얻게 된다는 점이다. 10살이 된 그녀에게도 꿈에서 드림 헬퍼가 찾아왔는데, 13단계의 꿈속으로 들어가 버린 상태였다. 보통의 꿈이라고 하는 첫 번째 단계에서 잠을 청하면 2단계 꿈으로 들어가는데, 이것이 진짜 꿈의 전 단계라고 한다. 2단계에서는 어디를 가고 싶은지, 무엇을 보고 싶은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꿈을 '설정'해서 진짜 꿈이 시작되는 3단계로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3단계에서부터는 꿈의 배경이 훨씬 비현실적으로 변한다고 알려준다. (<인셉션>에서는 4단계 꿈에 높은 고층 빌딩과 같은 도시 배경이 나오는 점과 비교된다.) 그리고 2단계와 3단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알고 싶은 점에 대해 질문할 수 있다고 전해준다.
하지만 그녀에 의하면 이러한 단계에서는 유체이탈이 일어나고, 다시 깨어 나오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이를 먼저 훈련받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녀가 처음 13단계 꿈까지 내려갔을 때에도 꿈속에서 나오는 방법을 모르는 나이였다고 한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 꿈속에서 자기의 드림 헬퍼인 아슈윗이라는 독수리를 만나긴 했지만, 현실에서는 혼수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삼촌의 도움으로 꿈에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삼촌은 그렇게 잃어버린 영혼을 되찾아오는 능력이 있는 풀이었던 것이다. 깊은 단계의 꿈속에서 되돌아 나오기 위해서는 마치 자기 최면처럼 되돌아 나오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기억해내야 하는데 이렇게 깊은 단계에서 한 단계 한 단계씩 깨어 나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영화 인셉션의 마지막 장면은 꿈 세계에서 나온 주인공이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아이들과 재회하면서 꿈표식으로 사용하던 팽이가 계속 돌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장면은 무척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를 통해 '현실'에 발 딛고 있는 우리에게도 '지금 꿈을 꾸고 있습니까?'라고 질문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루비 모데스또와 같은 풀들은 주인공이 결국 깊은 단계 꿈에서 깨어 나오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몽중몽이 일반적인 우리들을 위한 영역과는 구분되어 있는 세계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좀 더 재미있고 의미 있게 꿈을 활용하며 창의적 문제 해결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까? 이러한 점에 대해 다음 글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참고자료:
Ruby Modesto (1980) Not for Innocent E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