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
오랜만에 어떤 친구를 떠올렸는데 마침 전화가 오거나, 어떤 사람과 우연히 여러 번 마주치게 되어 말을 걸었는데 그 사람을 통해 가장 필요했던 정보를 얻게 되는 상황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가? 이처럼 동시적으로 발생하는 의미 있는 일치를 사람들은 종종 경험한다. 이는 원인-결과라는 인과율의 원리와는 다른, '시간'과 '의미'로 연결된 무인과적인 원리도 함께 존재하기 때문인데, 칼 융은 이를 '동시성 (synchronicity)'의 원리로 명명하였다. 그는 인과율을 유일한 원리가 아닌, 상대적인 원리로 보았고, 동양적 사유와 근대 이전의 사유 방식에서는 익숙한 이 동시성의 원리가 근대 과학의 광휘 뒤에 가려졌다고 보았다. (칼 융과 양자물리학 분야의 연구에 대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파울리는 이 동시성 원리를 통해 물리학과 심리학의 공동 지점을 탐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이 꿈속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꿈속에서 텔레파시를 경험하는 것은 가족, 친척, 친구, 애인 등 가까운 관계에서 종종 보고되는 현상이다. 제레미 테일러 선생님은 깊은 감정과 정서의 교류가 있을 때 텔레파시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고 전해주고 있다. 전쟁이나 재해로 헤어진 부모와 자식 간, 연인들이나 타고난 적, 비슷한 종류의 깊은 공포나 열정을 나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꿈에 텔레파시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며, 깊은 감정과 정서로 연결시켜주는 '일화'와 항상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제레미 선생님 개인적으로도 아내와 꿈에서 텔레파시적인 연결을 종종 경험했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사람이 날아다니고 물이 거꾸로 흐르는 곳>이라는 선생님의 저서에 보다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 책에서 특별히 흥미로운 대목은 텔레파시가 집단의 생존과 종의 진화적 측면과 맺고 있는 관계를 기록한 내용이다. 놀랄 만큼 많은 현대인들이 꿈에서 텔레파시를 경험하며, 깨어 있을 때 이성적인 세계관을 가진 사람의 꿈에 텔레파시는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의식에서 배제하고, 현실에서 금기로 여기고 무시한 것들이 무의식에 자리 잡게 된다는 점을 상기시켜보면, 현대인의 꿈에 텔레파시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 동시에 이렇게 무시해온 텔레파시를 좀 더 의식적인 차원으로 개발한다면 '미래에 나타날 현상들은 현재 드러난 양상과는 아주 다른 경로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인간이 사회적으로 교류하는 기본적인 방식이 변하리라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고, 집단적인 생존이라는 진화 전략으로 보자면 텔레파시는 쓸 만한 점이 많다.'라고 전해주고 있다. 상상력을 확장해서 생각해보자면, 호모 사피엔스가 진화되거나, 새로운 종이 등장했을 때 텔레파시를 활용할 수 있다면 집단적인 생존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랙홀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존 아치볼드 휠러(John Archibald Wheeler)는 '왕성하게 활동하던 1950년대에는 만물은 '물질'이라고 생각하였으며 그 후에는 만물은 '에너지'라고 생각하였고, 만년에는 만물은 '정보'라고 생각했다. 양자역학에서 우주의 모든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는 '영점장' 개념이 있는데, 이 관점에 열려 있다면 텔레파시는 자연스럽게 설명이 된다. 재료공학 박사로 기 에너지를 연구해온 방건웅 교수님은 칼 융의 '집단무의식' 개념도 이를 바탕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보기도 한다.
인류사에서 다음 진화적 점프가 발생하여 출현할 종은 혹시 텔레파시를 자유자재로 할 수도 있을까? 텔레파시라는 미개척지에 대해 재미난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