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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ra Oct 01. 2020

자각몽 (루시드 드림)

꿈속에서 자신을 연마하는 운동선수들

운동선수들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활용하여 평상시에도 자신들의 동작을 하나씩 이미지화하여 연습하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 심리학에서는 실제의 상황에서 특정한 동작을 하는 것과 가상의 상황을 이미지화하여 동작을 할 때 정신이 보이는 반응이 유사하기에 이러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활용한다. 이는 단순한 긍정적 기대감과는 다른 것이고, 마치 동작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이미지화하여 뇌에 입력하는 것이다. 그런데 독일의 게슈탈트 심리학자이자 프랑크푸르트 대학교에서 스포츠 심리학을 가르쳤던 파울 톨라이 (Paul Tholey) 박사는 이러한 이미지 트레이닝보다 루시드 드림을 통해 운동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보았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스포츠과학연구소에서는 루시드 드림과 운동성과 간의 관련성을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해당 팀에 의하면  꿈속에서 특정 운동을 했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들이 같은 운동을 현실에서 했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와 일치한다고 전하고 있다. 특별히 루시드 드림을 통해 운동 기술을 연마했을 때의 장점은 부상의 위험 없이 동작들을 연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파울 톨라이 박사 이후로 루시드 드림과 운동성과에 대한 연구들은 꾸준히 이어져왔고 이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고 있지만, 관련 연구의 진척이 느린 것은 누구나 자동적으로 루시드 드림을 유도할 수는 없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루시드 드림을 잘 꾸고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걸까? 


파울 톨라이 박사는 깨어있는 현실을 마치 영화나 드라마처럼 대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와 창의성, 가벼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루시드 드림을 보다 쉽게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루시드 드림에 대한 연구의 선구자 중 한 명인 스티븐 라버지 (Stephen Laberge) 박사는 루시드 드림을 꾸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꿈일기를 작성하는 습관을 들이고 깨어 있는 현실에서 '내가 꿈을 꾸고 있는가?'를 질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다. (자각몽이 과학적 연구 대상이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이는 먼저 뇌파 측정을 할 수 있는 기술적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고, 다음으로 스티븐 라버지 박사의 노력 때문이었습니다. 5살 때부터 자각몽을 꾸던 라버지 박사는 자각몽이 실제 있는 현상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스탠포드 대학에서 정신생리학 박사 과정을 밟게 되었고 스탠포드의 수면 실험실에서 사전에 합의된 방식으로  렘수면 중에 동공을 크게 움직임으로써 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데 성공하게 되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꿈은 관심을 갖는 만큼 반응한다. 꿈을 기억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매일 밤 잠드는 습관을 기르면 꿈 내용을 더 많이 기억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자각몽을 자연스럽게 꾸게 된다. 하지만 다시 꿈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자각몽도, 꿈 기억도 옅어진다. 


꿈속에서 꿈이라는 점을 자각하게 만드는 상황들이 있다. 꿈속에서는 몸이 날아다니거나,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상황들을 체험하기도 한다. 꿈일기를 작성할 때 이러한 현상 중 반복되는 것들이 있다면 별도로 적어봐도 도움이 된다. 이후 꿈을 꾸다가 그러한 '꿈표식'이 나타나면 이를 알아보고 '이건 현실일 수 없지! 꿈이구나!'를 자각하며 루시드 드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인셉션>에서 주인공이 토템이 계속 돌아가면 꿈이라는 점을 '자각'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악몽을 꾸다가 꿈이라는 것을 자각할 수 있다면 이를 전혀 다른 꿈 경험으로 전환시킬 수도 있다. 꿈에 등장하는 끔찍한 상황이나 인물로부터 도망가다가도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 도망가길 멈추고 스스로를 희생해주거나 그것을 끌어안는 방식으로 꿈의 결을 변형시킬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자각몽이 줄 수 있는 궁극적 선물은,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가 우리의 그림자를 통합할 수 있는 연습의 장을 놓아준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꿈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나의 것이라 인정하기를 거부한 그림자를 은유와 상징의 언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이에는 너무도 끔찍해서 나의 무의식에 꽁꽁 묶어둔 어두운 그림자도 있는 반면, 나라고 인정하기에는 차마 너무 아름다워서 의식으로부터 격리시켜버린 밝은 그림자도 있다. 꿈작업은 이처럼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그림자가 무엇인지 성찰하게 하고 그것을 의식에 통합하도록 도와줌으로써, 타인에게 투사하던 그림자를 거두고 나의 성장을 도모하는 내면작업이다. 



참고자료:

Connie Zweig & Jeremiah Abrams (1991) Meeting the Shadow

Charlie Morley (2017) Dreaming Through Darkness 

Robert Moss (2009) The Secret History of Dreaming 

Lucidity Letter, December 1990. 9(2)

Lucidity Letter, December 1986. 5(2)

Stephen LaBerge (2012) Lucid Drea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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