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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ra Oct 01. 2020

악몽

악몽의 포장 뜯어보기

극심한 두려움과 공포를 수반하는 악몽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하루가 지나면 떨쳐내 버릴 수 있는 악몽도 있지만, 어떠한 악몽은 반복되기도 한다. 악몽을 특별히 많이 꾸는 사람들이 따로 있을까? 


터프트 의학대학원에서 악몽을 연구해오던 하트만 (Ernest Hartmann) 교수에 의하면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 일 년에 평균적으로 1~2회의 악몽을 꾸고, 어린이의 경우 다른 어떠한 연령대보다도 악몽을 자주 꾼다고 한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약물, 신체적 혹은 정신적 질병, 정신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있다면 악몽을 보다 자주 꾸게 된다. 그에 의하면 현실 세계의 위협이나 무의식적 두려움 등에 대한 방어 기제가 약한 사람들의 경우에도 악몽을 자주 꾸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악몽조차도 포장을 뜯어보면 재미난 선물이 들어있을 때가 있다. 창조적인 꿈이나 문제 해결 꿈 중에는 악몽도 많다. 엘리아스 하우는 창을 든 남자에게 쫓기는 악몽으로 인해 재봉틀을 발명하였고, 마이클 반슬리는 20년간 반복되는 악몽으로 프랙탈 이미지 압축 시스템을 만들었다. 특별히 반슬리의 사례를 보면, 꿈은 한 사람이 인생에서 살아내야 하는 것을 살아내도록 종용하는 것만 같은 인상마저 준다. 그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반슬리는 수학에 관심이 많은 영국 소년이었다. 그는 매트릭스와 관련되어 보이는 반복되는 악몽을 꾸곤 했는데,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그는 꿈속에서 오래된 전화 스위치보드와 수천 개의 구멍과 전선이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 어지럽게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보아왔었다. 이렇게 알 수 없는 악몽이 20년간 그를 괴롭혔다. 어느덧 이 소년은 수학자가 되었고 프랙탈 기하학 (fractal geometry)의 창시자이자 수학사에 있어서 가장 놀라운 발견의 하나라고도 여겨지는 망델브로 집합 (Mandelbrot Set)을  고안한 브누아 망델브로 (Benoit Mandelbrot)를 만나게 되었다. '신의 엄지손가락 지문'이라고도 불리는 망델브로 집합은 프랙탈의 일종으로 구조를 확대해보면 전체와 닮은 부분이 무한히 반복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자연계에서 쉽게 발견된다. 나뭇잎, 구름, 우주, 몸의 순환계의 부분을 확대해보면 전체의 모습과 본질적으로 닮은 프랙탈 구조이다. 반슬리는 망델브로의 발견을 이미지 처리에 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렇게 해서 선명하지 않은 이미지를 압축하여 선명하게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고안하게 되어 프랙탈 이미지 압축 (fractal image compression) 시스템을 개발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무한히 반복되는, 실재하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피안의 세계를 이미지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컴퓨터가 특정한 디지털 이미지의 프랙탈 공식을 자동적으로 출력해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콜라주 테오렘 (Collage Theorem)-을 찾은 것은 바로 그의 꿈 때문이었다고 한다. 20년이 흐른 이 시점에 와서는 악몽이 하나의 발견을 도와주는 꿈으로 변형된 것이다. 이전 꿈에서는 온통 어지럽게 꼬여있던 전선들이 깔끔하게  연결되어 스위치보드가 어떻게 정리될 수 있는지 보았고, 그리드 위에 있는 큰 블록부터 작은 블록까지 전선으로 연결되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는 이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프랙탈 이미지 압축의 원리를 발견한 것을 알았다. 20년간 이어졌던 악몽은 결국 그로 하여금 이러한 발견을 하도록 끊임없이 몰아갔고, 반슬리가 이러한 발명을 이루어낸 다음에야 멈추었다. 


이렇듯 악몽은 어떤 경우에는 한 사람이 그 인생을 통해 살아내야 하는 일종의 소명, 운명, 다이몬, 고유의 천재성을 꽃피울 수 있도록 계속 도와주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당장 너무 무서운 악몽 때문에 힘들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 불안이나 두려운 감정들이 지나치게 강렬해지면 렘수면과 관련된 통합적 기제들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반복되는 악몽이 나타나기도 한다. 보스턴 의대의 패트릭 맥나마라 (Patrick McNamara) 박사는 이런 경우, 때로는 단순히 꿈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만으로도 회복적 기능이 다시 작동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꿈작업 분야의 여러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럴 때 꿈의 내용을 기록하거나 그리는 등 꿈을 의식화하고, 이를 종이에 적어서 찢거나 불에 태우는 등 '변형'을 경험할 수 있는 작은 의례를 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악몽을 자각몽 (루시드 드림)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루시드 드림에 대해 살펴보겠다. 



참고자료:

The Colors of Infinity (1995, Documenetary Film)

International Journal of Dream Research, Volume 12 No.1 (2019)

International Journal of Dream Research, Volume 10 No.2 (2017)

American Journal of Biomedical Science & Research Volume 1 - Issue 2 (2019) 

Kelly Bulkeley, An Introduction to the Psychology of Dreaming  

https://www.psychologytoday.com/intl/blog/dream-catcher/202004/covid-inspired-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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