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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ra Oct 03. 2020

그룹꿈투사 모임

우리들의 꿈 놀이터

꿈 세계의 문을 열어보고 그 안에서 노는 법을 알게 된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문의 반대쪽에 있던 꿈, 신화, 민담이라는 친구들과 놀며 그들이 사용하는 은유와 상징의 언어를 배워갈수록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의 사람들이 그들의 세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가락에 맞추어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포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들의 언어가 더 알고 싶어졌고, 나와 비슷한 갈증이 있던 사람들과 함께 모여 시작하게 된 것이 그룹꿈투사 모임이었다. 


고혜경 선생님의 워크숍에서 만난 네 명의 친구들과 열 번 정도의 모임을 해볼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었는데, 그게 7년째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와 함께 하는 개인 꿈분석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처럼 꿈이라는 공을 서로에게 토스해가며 나에 대해,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상상력 놀이를 하고 싶은 일반인이라면 추천해주고 싶은 것이 그룹꿈투사다. 


꿈은 여러 층위로 이루어져 있지만, 심층심리학에서는 1차적으로 꿈에 등장하는 인물, 사물, 사건을 모두 꿈꾼 사람의 정신의 한 측면으로 본다. 꿈은 무의식의 이미지이고, 그것을 통해 더 깊은 '자기(Self)'를 찾아가기 위한 정신의 지도가 담겨 있다고 본다. 제레미 테일러 선생님이 창시한 그룹꿈투사는 꿈분석가가 자신의 내적 필터에 의해 투사를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꿈의 여러 상징적 의미를 활용하면서도 투사된 내용이 실제 꿈의 의미와 일치하는지 여부는 꿈꾼이가 해당 투사를 통해 새로이 깨닫는 느낌 - 새로운 무엇인가를 깨달았을 때 '아하'를 하는 체험- 이 있었는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즉, 꿈투사는 상징과 은유라는 꿈의 문법을 바탕으로 꿈꾼이와 꿈을 투사하는 이가 함께 의미를 찾아가는 꿈 접근법이다. 


내가 놀이라고 표현했다고 해서 절대 가벼운 모임은 아니다. 사실 그 반대다. 꿈의 언어는 의식적으로 검열하거나 편집할 수 없다. 되려 꿈은 의식이 검열하고 편집한 것들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한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숨겨왔던 것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기도 하고, 미성숙한 우리의 인격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하는 멤버들의 신뢰, 그리고 함께 울타리가 되어주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무척 중요하다. 우리의 모임이 서로를 치유해주고 넓혀주는 시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마음가짐을 잃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제레미 테일러 선생님과 고혜경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그룹꿈투사 작업 방식을 기본으로 우리가 모임을 진행해온 방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보고자 한다. 


참가인원, 모임의 주기와 시간 

우리는 4~5명의 인원이 함께 꿈작업을 해왔고, 2주에 한번 혹은 1주일에 한 번씩 모였다.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한 달에 한번 모이기도 했는데, 흐름이 끊기기 때문에 초반에는 1주일에 한번 모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한번 모일 때 두 명의 꿈을 갖고 작업을 했고, 이렇게 했을 때 대략 3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멤버가 많아지면 각자의 꿈으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을 오래 기다려야 하기에 이 정도의 인원이 우리에게는 적절하게 느껴졌다. 


꿈 제목 나누기

매번 모임의 첫 시간에는 그동안 각자 꾸었던 꿈의 꿈 제목을 나누었다. 마치 서로의 꿈 풍경을 간단히 스캐닝하는 것과 같다. 기본적으로 누구의 꿈으로 작업할지 대략의 순서를 미리 정해두긴 했지만, 이렇게 스캐닝하는 시간을 통해 악몽처럼 특별히 시급한 꿈을 꾸었다거나 꼭 다루었으면 하는 꿈이 있는 사람을 파악하여 먼저 기회를 줄 수 있었다. 


작업할 꿈 내용 나누기 

이렇게 그 날 작업할 꿈을 선정했다면, 해당 꿈을 꾼 사람이 전체 꿈 내용을 먼저 나누었다. 꿈꾼이가 꿈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대략의 내용을 적었다. 물론 휴대폰으로 꿈 내용을 공유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꿈꾼이가 꿈 내용을 한번 읽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텍스트 안에 다 담기지 않는 뉘앙스들이 있기 때문이다. 


질문과 숙고 

꿈꾼이가 꿈을 다 나눈 후에는, 꿈에 등장한 소재들이 어떠한 은유와 상징을 담고 있는지 각자 조용히 투사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꿈에 등장한 내용 중 이해되지 않거나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으면 하는 지점들이 있다면 꿈꾼이에게 질문을 했다. 예를 들어, 꿈꾼이의 꿈에 그 사람의 지인이 등장했는데, 다른 사람은 모르는 인물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그 지인이 꿈꾼이에게는 어떤 의미와 인상으로 남아있는 사람인지를 질문하고 그러한 꿈꾼이의 인상을 바탕으로 각자 조용히 투사하는 시간을 이어나갔다. 


꿈투사 

꿈꾼이의 꿈에 대해 각자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진 이후에는, 돌아가며 꿈투사 내용을 나누었다. 투사를 할 때에는 '만약 내 꿈이라면~'으로 항상 시작했다. 꿈에는 의식적으로는 거부하는 무의식의 내용들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꿈꾼이의 콤플렉스가 건드려질 수 있고, 그것이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꿈투사를 할 때에는 항상 이러한 문장으로 시작하여 어디까지나 각자의 투사라는 점을 매번 의식적으로 서로 상기시켜준다.  


꿈꾼이의 소감

각 멤버들의 꿈투사를 나눈 후에는 언제나 꿈꾼이의 소감을 들으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별히 꿈꾼이가 다른 사람들의 꿈투사를 통해 새로이 깨닫거나 건드려지는 '아하' 체험을 하는 지점이 있었다면 나누었다. 무의식 깊이 파묻어둔 내용들이 다른 사람들의 투사를 통해 이렇게 의식화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때로는 그것이 무척 강렬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한다는 점을 항상 잊지 않아야 한다. 물론 모임에서 나온 모든 내용들은 그 모임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룹꿈투사 모임은 이러한 신뢰가 있어야 유지될 수 있다. 


이렇게 7년간 몸담아 온 그룹꿈투사 모임을 통해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건져내기도 했고, 예지몽에 전율하기도 했고, 악몽이 자각몽으로 전환되는 경험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서로의 변화와 성장을 지지해주고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꿈친구들과 함께 하는 소중한 놀이터가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과 꿈의 세계에 대해 여전히 모르는 게 많고,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다. 그래서 꿈언어는 여전히 습작 노트에만 그려보고 있다. 이렇게 만년 연습생이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준 큰 선물이 있다. 룸펠슈틸츠헨이라는 민담을 통해 그 이야기를 소개하고 글을 마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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