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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르바 Apr 29. 2021

힘을 빼고 살아간다는 것

골프, 수영, 파워리프팅의 공통점

최근에 배웠거나 배우고 있는 운동은 세 가지다. 바로 골프와 수영, 파워리프팅. 처음 배울 때 공통적으로 강사님께 가장 많이 들은 한 마디? "몸에 힘을 빼세요"라는 말이다. 골프를 배울 땐 "어깨에 힘을 빼고 휘두르세요", 수영을 배울 땐 "팔에 힘 빼고 발차기하세요"란다.


가장 의아했던 건 파워 리프팅. 가슴 운동인 벤치프레스를 배우는데 "가슴에 힘을 빼세요"라고 했다. 가슴운동이면 가슴에 힘을 모아야 정상 아닌가? 이치에 맞지 않는 말 같았다. 강사님은 "가슴에 힘을 빼야 하체나 등에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가 더 많이 무게를 칠 수 있다"라고 알려줬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강사님 가운데 처음부터 힘을 주라고 가르친 분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늘 힘을 더 더 더 빼라고만 했지.  



그럼에도 운동을 하면 늘 몸 전체에 힘이 들어간다. 집에 오면 온몸이 쑤실 정도로. 골프공을 멀리 날리고 싶고, 물에 잘 뜨고 싶고, 더 많은 무게를 들고 싶은 마음만 앞선다. 강사님 조언은 듣지도 않는 나. 고집이 세서 그런가. 꼭 그런 성격도 아닌데. 힘 빼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운지. 아마 마음의 문제였던 게 아닐까. 처음부터 잘해보고 싶은 마음. 좋게 포장하면 잘하고픈 간절함, 못되게 말하면 연습도 없이 선수처럼 잘 되려는 욕심 말이다.


기사를 쓸 때도 선배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기사에 너무 힘 주려 하지 마. 힘 빼고 담담하게 써도 돼." 취재 내용에 애정이 가서 취재한 것보다 힘을 줘 수식어를 쓰거나, 취재한 것들이 아까워 정작 불필요한 내용까지 기사에 몽땅 집어넣으려 할 때 그런 조언을 듣곤 한다. 전자는 감정과잉에 사실이 왜곡될 수 있고, 후자는 중구난방식 내용에 방향을 잃어버린다. 힘을 빼고, 취재한 대로 핵심만 드라이하게 쓰라는 것. 그때 비로소 팩트를 참되게 전할 수 있다는 선배의 깊은 조언이었을 것이다.




"힘을 빼라"는 강사님의 말에 숨겨진 의미를 생각해본다. 결국 힘을 빼야 가장 나다운 동작이 나온다는 뜻이 아닐까. 수영, 골프, 헬스 뭐가 됐든 내 몸에 딱 맞는 자연스러운 동작이 나와야만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법이다.  이런 원리는 운동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일상에서도 힘 들어갔다 망쳐버린 일들이 참 많았다. 면접장에서 나의 진짜 모습보다 있어 보이려는 말만 하거나, 소개팅에서 과장된 행동만 이어가는 상황처럼.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나를 지워내 독이 돼버리는 경우다. 힘을 주면 줄수록 물속으로 가라앉는 수영처럼 결과는 백전백패였다. 살아감에 있어서도 긴장됐던 몸에 힘을 쭉 빼고, 물 흐르듯 그저 나답게 나아가고 싶다. 


그래서! 이번 글만큼은 힘을 좀 빼고 쓰고 싶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어느 때보다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역시나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여전히 하고 싶은 말은 많고,  잘 쓰고 싶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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