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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르바 Sep 26. 2020

한국에서 솔로로 살아간다는 것

은 슬픈 일이다

명상전 포스터


얼마 전 서울 남산 자락에 위치한 카페 <피크닉>을 다녀왔다. 커피를 마시러 간 건 아니었다. 이곳에서 열린 <명상> 전시회를 보기 위함이었다. 얼마 전 친구가 내가 요즈음 명상에 관심 있다는 걸 알았는지 "전시 기간이 며칠 남지 않았으니 꼭 가봐"라면서 추천을 했다. 사실 친구는 명상에 대해 1도 관심이 없는데 여자친구가 반강제로 끌고가 다녀왔다.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단다. 명상 관련 영상물과 미술품을 접할 수 있고, 암전이 되기도 하고 폐를 본뜬 구조물에 들어가 '호흡'에 집중하는 체험 활동도 할 수 있단다.


피크닉 간판

 

설레는 마음을 안고 1층 전시회장 입구에 들어섰다. 안내원이 반대쪽 별관에 위치한 티켓 부스를 손으로 가리켰다. 나는 종종 걸음으로 티켓 부스 앞에 홀로 섰다. 나와 젊은 여성 판매원은 버스터미널 티켓 판매소처럼 유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했다.


"명상전 티켓 하나 주세요."

"두장 드려요?

"아뇨, 두장 말고 한 장 주세요."

"아, 네. 1만5000원입니다."


분명 한 장을 달라고 했는데, 두장을 주는 건 왜일까. 또.박.또.박 한장이라고 했는데 말이지. 혹시 1+1인가...? 순간적으로 뭐지 싶어,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찝찝한 마음을 안고 명상전 관람을 시작했다. 전시회의 컨셉은 '나에게 집중한다'였다. 그래서인지 전시회에는 소수만 입장가능하고록 인원 제한이 있었다. 1시간 넘는 관람 시간 동안 다른 관람객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다. 꼭대기인 5층에 올라가서야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이곳에서는 관람객들에게 여러 종류의 차를 서비스로 제공해줬다. 마음 상태에 맞는 한 종류의 차를 고를 수 있었다. 이미 관람을 마친 다른 사람들이 남산타워를 바라보며 차를 즐기고 있었다.


차를 마시고 있는 관람객은 나를 포함해 총 9명이었다. 나를 제외한 8명이 모두 커플이었다. 남녀 2명씩 총 네 커플. 9-(2x4)=1. 혼자 이곳을 찾은 사람은 내가 전부라는 뜻이다. 이제서야 티켓 판매원이 "두장의 티켓을 주겠다"라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다정다감한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입구에서 기다리라고 한 뒤 홀로 티켓 부스로 뛰어왔던 것으로 착각했나 보지 머, 라는 생각과 함께 전시회 취지는 '나를 알아차림'인데 커플들만 오면 본래 취지와는 동떨어진 게 아닌가, 라는 심술궂은 생각도 들었다. 하긴, 명상 전시회를 체험해보니 불도 꺼지고 함께 체험활동도 할 수 있으니 커플들에게 안성맞춤인 데이트 코스로 적합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마지막층, 차를 마시는 공간


종종 명상을 해온 덕분인지 이번 명상 전시회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나를 더 잘 알게 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템플스테이를 꼭 가보고 싶어 졌다. 대학에서 나름 중국 철학을 전공했다. 그중 불교 사상에 꽤나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지금껏 이런저런 핑계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마침 다음 주가 휴가다. 템플스테이를 가볼까,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휴가 때 뭐할 거야?" 알고 지내던 친구가 카톡을 보내왔다.

"1박 2일로 템플스테이 다녀오면 어떨까 싶어."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혼자 템플스테이는 너무 슬프니까 하지 마."

"ㅋㅋㅋㅋ 템플스테이가 왜 슬픈 거야?"라고 되물었다.

그녀가 대답했다.

"그냥, 슬퍼..."


20대에 들어 혼자보다 둘로 지낸 기간이 조금 더 길었던 것 같다. 30대가 된 뒤 간만에 혼자의 삶은 즐겨보려는데, 한국에서 혼자 살아간다는 건 참 슬픈 일인가 보다. 


카페 피크닉
카페 피크닉에서 바라본 남산타워
명상전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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