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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Feb 17. 2020

자전거 타기의 즐거움


인생에서 가장 쉽게 즐거워질 수 있는 활동을 묻는다면, 나는 단연 '자전거 타기'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쯤 자전거 타기를 배웠다. 아버지가 잡아주지 않아도 두 발 자전거를 게 된 건, 어릴 때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성취였다. 그 후로 이상하게도 나는 성인이 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자전거 타기를 즐기게 되었다. 아마도 호수공원에서 자전거를 빌려 탈 때, 바람의 시원함이 어릴 적의 성취를 다시 상기시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전거는 날씨가 좋은 봄, 여름쯤이 아니라, 추운 기운이 남아있는 가을, 초봄쯤에 생각난다. 그즈음에 지하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자전거를 깨끗이 닦아낸다. 그리고는 자전거 정비점에 들러 사장님과 농담 따먹기를 하고 바퀴와 브레이크를 정비해준다. 그러면 새로 물건을 산 아이처럼 신나는 기분이 들었다.


자전거의 매력은 바람의 온도와 길의 재질에 달려있다. 나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듯, 미온한 바람이 불 때를 좋아한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을 달리면 거친 진동을 즐길 수 있고, 매끈한 자전거 도로를 달리면 미끄러지듯 유영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마실 나가는 기분을 좋아한다. 허리가 조금 시큰해질 때쯤 그만두는 것이 좋다. 옷 안이 조금 습한 정도여야지, 땀을 잔뜩 흘리면 개운한 맛은 있지만 일상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이런 생각은 뭐든지 지나친 것보다는 모자란 것이 낫다는 나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내 삶도 자전거를 타듯 시원하게 내달렸으면 좋겠다. 현실은 수많은 군중과 거친 길이 펼쳐져 있어서 달리기는커녕 자전거를 짐처럼 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언젠가 나만을 위해 펼쳐진 내리막길을 만나게 된다면, 브레이크를 잡지도 않고서 마음껏 내달려보고 싶다. 마치 내일이 없다는 생각으로, 내게 보이는 것은 오직 세상의 잔상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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