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성용 Mar 03. 2020

이를테면, 사람이라든가

단골 빵집 이야기


단골 빵집이 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빵집을 가기 위해선 좁은 골목을 몇 번 지나야 했다. 동네 주민들도 우연히 발견할 만큼 작은 빵집이었다.


이 빵집에 자주 가는 이유는, 빵도 물론 훌륭하지만 무엇보다도, 사장님 인심 때문이다. 언제나 이웃집 할머니 같은 푸근한 인상으로 손님을 맞아주었다. 늘 웃는 얼굴이었으며 말수가 많았다. 그분은 나를 만날 때마다 "아이고, 젊은이. 키가 아주 크시네. 키가 몇이신가요? 우리 딸들은 글쎄 키가 크다가 말았어. 여자 손님 중에도 키 크신 분이 한 분 있어요. 그 손님은 모델이래요."라는 식으로 말문을 열었다.


문득 자신이 말이 많다는 생각이 들면,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빵집은 이렇게 호구조사를 해요. 우리 딸은 계산만 해주고 아무 소리도 하지 말라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런 거 싫어한다고요. 근데 나는 이렇게 잠깐이라도 얘기하는 게 좋아요." 그러면 나도 이런 대화가 좋다고 대답한다. 동네 가게에서도 사람 대 사람으로 말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고 말이다.


나는 구수한 냄새를 맡으며 후끈한 온기를 느끼며 빵을 고른다. 하나같이 투박하게 생긴 빵이었다. 깡빠뉴, 통밀빵, 호밀빵, 치아바타... 모두 소박하지만 건강해 보였다. 내가 빵을 골라 계산하고 뒤를 돌아서면, 사장님은 "아직 가지 말아 봐요."라며 나를 다시 붙잡았다. 그리고 직접 구운 쿠키이며, 자투리 빵이며, 치아바타 같은 빵들을 챙겨줬다. 그리고는 더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우리 할머니나 할법한 말을 했다. "우리 딸은 자꾸 공짜로 주지 말라고 하는데, 나는 자식들 보는 것 같아서 안 챙겨줄 수가 없어요. 그리고 다른 빵도 먹어봐야 맛있는 줄 알잖아요. 우리 딸이 만든 치아바타가 정말 맛있거든. 건강한 재료로만 만들고. 처음 먹을 땐 모르지만, 자꾸 먹다 보면 너무너무 좋은 빵이라는 걸 알 거예요." 


그러면 나는 연신 감사 인사를 드린다. 이 빵집은 치아바타를 닮은 것이었다. 소박하지만 건강하고 한번 먹으면 자꾸 생각나는 치아바타. 그 맛은 내가 그동안 잊으며 살아왔던 것들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사람이라든가 정이라든가 따뜻함 같은 것들이었다. 


요즘은 사람 만나기가 어렵다. 그런 날이 계속되고 있다. 생각만큼 불편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그리운 것들이 생기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엇이 필요한가를, 나는 다시금 생각해보고 있다.






제가 쓴 글과 브런치 글, 음악 추천을 메일로 보내주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눌러서 저의 메일레터를 구독해보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매거진의 이전글 자전거 타기의 즐거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