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페에 가면 늘 핀잔을 들었습니다. 커피를 너무 빨리 마신다는 이유였습니다. 아무리 천천히 음미하려고 노력해도 나의 잔은 금방 바닥을 보였습니다. 내가 참을성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내게만 시간이 조금 더 빠르게 흐르는 것일까요. 아쉬운 마음에 남은 얼음을 하나씩 깨 먹다 보면, 벌써 다 마셨냐는 핀잔을 듣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종종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혹시 자신과 함께 있는 시간이 지루하냐는 오해입니다. 그래서 나는 커피를 다 마시고 나면, 지레 겁을 먹고 괜한 변명을 하게 됩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내가 커피를 빨리 마시는 이유는 다음과 같으니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그저 나는 컵에 가득 채워진 커피를 참을 수 없습니다. 얼음이 녹으며 옅어지는 농도를 참을 수 없고, 테이블에 흐르는 물웅덩이를 참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내 앞에 놓인 커피를 모두 마시지 않고 배길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방금 내린 눈밭에 발자국을 찍지 않거나, 물이 끓는 주전자를 바라보고 있거나, 귀여운 강아지를 앞에 두고 쓰다듬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나는 당신과 함께 있는 시간은 즐겁습니다.'
이런 뜬금없는 이야기하고 나면, 나의 연인은 못 말리겠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언뜻 보면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당황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알겠다며 소리 없이 웃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표정을 바라보는 일을 참 좋아했습니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는 속도 외에도 많은 것이 달랐지만, 그럼에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분명 이해였고 사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