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를 하고 소화시킬 겸 한강공원을 걸었다. 평소 산책하는 코스를 따라 걷는데 오늘따라 주위가 요란했다. 다리 위에는 열 명의 경찰들이 서 있었고 다리 아래에는 구급차와 소방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떤 사고가 있었음을 짐작했다. 조심히 다리에 올라가 강가를 바라보니, 수난 구조대 배가 한 척 떠있었다. 그 배에서 검정 타이즈를 입은 두 명의 잠수부가 차갑고 어두운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주변에서 라이트를 밝게 비추었다.
몇 분이나 흘렀을까. 기포가 조금씩 올라오더니 두 명의 잠수부는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한 사람을 끌어올렸다. 숨 죽이고 있던 주위 사람들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끌어올려진 사람은 남성으로서, 그리 젊지도 늙지도 않은 평범한 모습이었다. 배 위로 들어 올려지자마자 구급대원은 그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구급대원이 풀무질을 하듯 단단히 힘을 주어 심장을 압박했으나 미동조차 없었다. 그는 구급차에 실려갔다. 경찰은 다리 위에 놓여있던 유류품과 유서처럼 보이는 종이를 챙겨 철수했다.
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죽음은 무섭고, 한편으로는 쓸쓸하다고 생각했다. 구급차에 실려가는 그의 맨발을 보면서 그렇게 느꼈다. 그는 다리 위에서 신발을 벗어 두었다. 신발을 벗어 두는 이유는 내가 바로 여기, 이곳에서 떠났음을 알리기 위함이라고 들었다. 그것은 분명 남겨진 삶에 대한 일말의 미련이 아닌가. 무엇이 이토록 추운 날에 그를 내몰았던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 더없이 마음이 아프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나는 동정심을 느꼈다.
요란했던 풍경은 다시 고요해졌다. 너무나 고요해서 나는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 연극의 주제는 '죽음은 삶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였다. 관객들은 모두 빠져나갔고, 나만이 비어있는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이 어찌나 허무하고 헛헛하던지 집으로 돌아간 길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