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한적함이 그리울 때마다 나는 빈탄을 떠올렸다. 빈탄은 인도네시아 북부에 있는 작은 섬이다. 해외에서 교환학생을 하던 시절, 그곳에서 며칠간 지낸 적이 있다. 나는 섬에 머무를 때마다 여유를 되찾았다. 어디서든 바다를 쉽게 볼 수도 있지만, 뭐랄까, 섬이 가진 안온한 분위기를 좋아했다.
빈탄섬은 고급 리조트로 유명하지만, 가난한 학생이었던 나는 로컬에서 지냈다. 사람들은 친절했고 물가는 저렴했다. 낮에는 얕은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고 방갈로에서 나시고랭을 먹었다. 빈탄 맥주를 마시면서 바라본 노을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로웠다. 나무 기둥에 부딪히는 물결 소리와 노을빛에 따라 바뀌는 풍경과 낡은 기타를 치며 모여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세계는 아름답다는 생각을 가만히 떠올렸다.
"세계는 아름다우니까 영화를 만드는 거야. 깨닫지 못하는 것일 뿐 세계는 아름다워. 그런 눈으로 보는 것뿐이야." 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다시 영화 제작에 나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마지막일지도 모를 작품 앞으로 노장 감독을 이끌어낸 힘이었다. 그에게 삶이란 영화를 만드는 일이니, 결국 그는 세계가 아름답기에 살아가는 셈이다.
세계는 아름답다. 우리는 그 사실을 기억한다. 이토록 불안하고 막막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그뿐이다. 일찍이 삶을 기록한 덕분에, 나는 내 마음 속에 아름다운 순간들을 지닐 수 있었다. 나는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그 순간을 기다리기 위해, 혹은 지나간 시간 속에서 가만히 그러나 분명하게 반짝일 수 있도록 힘껏 품으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