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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Aug 03. 2020

내가 아는 다정함


요즘 나를 살게 만드는 것들 중 팔할은 다정함일 텐데, 막상 나는 다정함에 인색해지는 것 같아 부끄럽다. 다정함은 언제나 반갑고 부러운 것. 내게는 아직 어려운 것. 


당신은 누군가의 자고 있는 얼굴을 가만히 지켜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 분명하다. 무엇에 비견해도 질리지 않는 그 신비로움은 당신이 사랑할 때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그것은 숲 가운데서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를 바라보는 것과 같다. 그것은 영원한 파도 속에서도 비연속적인 포말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당신이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건 사랑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당신의 숨소리를 닮고 싶고, 당신이 길 잃은 세계 속에도 내가 있기를 바라지만. 결국에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아프게 깨닫는다. 하나이고 픈 마음이 사랑인데, 그것은 오직 둘일 때만 가능한 것이므로 세상은 아이러니로 움직인다. 당신의 꼭 감은 눈을 사랑한다. 잠결에도 나를 끌어안는 당신의 팔을 사랑한다. 살결이 맞닿아 있을 때 느껴지는 우리의 온도 차를 사랑한다. 나와 함께 있을 때만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당신을 사랑한다. 


서로 다른 존재를 함께 살아가게 만드는 것에는 어떤 힘이 있어야 하므로,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그것은 내가 아는 유일한 다정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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