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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Aug 27. 2020

여름 같은 웃음


1

계절과 날씨에 따라 삶의 태도가 결정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오늘 아침, 내게 다시 웃어주었다. 그 웃음에는 전염성이 있는 것인지,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두가 간직하고 있었다. 여름이었다.


2

지난주에는 친구의 아이를 보러 갔다. 품에 안겨있는 작은 생명체는 얌전했고 사랑스러웠다. 나는 엉거주춤하게 서서 아이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꼬물꼬물 작은 움직임까지도 신비롭게 살폈다. '한번 안아봐.' 나의 난처한 만류에도 그들은 기어코 아이를 내 품에 안겼다. '한쪽 손은 엉덩이를 감싸고 한쪽으로는 목을 받쳐주는 거야.' 이윽고 따뜻한 것이 느껴졌다. 나의 엉성한 폼이 불편했는지 아이는 조금씩 울음을 터뜨리려고 했다. 아, 그 찰나의 급박함이란. 나는 할 수 있는 한 우스운 표정을 짓고 온갖 소리를 낸다. 그러자 아이는 웃었다. 그 웃음에 나는, 사람을 다시 한번 사랑해보기로 한다.


3

나는 지금껏 작고 어지러운 것에 너무나 많은 시간을 쏟고 있었다. 내 주변에 있는 크고 따뜻한 것들에게는 신경 쓰지 못했다. 그동안 조금의 죄책감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졌다. 나도 가끔은 아이처럼 쉽게 마음을 열고 타인에게 살갑게 대하는 법을 알고 싶다.


4

세상은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무색의 아스팔트는 햇빛과 그림자로 나뉘었다. 텅 빈 운동장도 쓸쓸하지 않았다. 나뭇잎은 새처럼 흔들렸다. 여름 냄새가 났다. 그것은 바다의 상쾌함과 나무로 된 마루와 건조된 빨래의 흔들림을 닮았다. 좀 더 오래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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