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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Nov 06. 2020

당신이 나의 꿈


1

내가 어설픈 인간이라는 사실에 오랫동안 슬퍼하며 살아왔다. 이를테면, 내가 무엇을 좋아한다든가, 혹은 싫어한다든가, 사랑한다든가, 증오한다든가, 존경한다든가, 미워한다든가, 하는 이런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에 대해서도 명료하게 대답하지 못하며 살아왔다.


주관이 없으니 확신이 없었고, 확신이 없었으니 행동하지도 못했다. 대학교 때 여러 별명이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말로만'이었다. 말로만 하고 실제로 행동하지 않아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아마도 지키지 못할 약속들을 했었나 보다. 그만큼 주변 사람들을 여러 번 실망시켰다는 것이겠지.


요즘은 어눌한 나를 조금씩 알아주고 있다. 알아준다는 것은 나로부터 도망하거나 피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의 어설픈 면으로 존경을 받을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에게는 편안한 마음을 되어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 나는 첫 만남에도 마음을 터놓을 수 있을 정도로 어설프고 쉬운 사람이고 싶다.


2

오늘은 내가 꿈꾸었던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 돈을 잘 벌고 싶다, 동생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예술가가 되고 싶다, 개성 있는 사람이고 싶다, 여행을 하고 싶다, 소설을 쓰고 싶다, 책을 내고 싶다,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그 꿈들의 끝에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면, 크게 두 가지 반응을 볼 수 있다. 무슨 꿈 타령이냐며 어릴 적에나 믿었던 산타 이야기를 하듯 바라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랫동안 고민하다가는 약간의 수줍음으로 꼭 숨겨왔던 소망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조금은 바보같다고 여길지도 모르겠으나, 언제나 후자의 인간이고 싶다.


'당신이 나의 꿈입니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기를 줄곧 바라 왔다. 만약 그 사람에게 꿈이 없다면, 내가 그 꿈이 되어주어야겠다. 만약 그 사람에게 내년의 계획이 없다면, 내가 그 계획이 되어주어야겠다. 이런 소망은 나로 하여금 지난 꿈들을 잊게 만들었다. 로 인해 나의 모든 불안과 슬픔이 사라졌으니, 사과 꿈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인생은 매우 단순해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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