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목적지를 알지 못한 채, 그저 어디론가 실려가고 있다는 감각을 생경하게 느낀다. 언젠가 출근길에서도 그랬다. 9호선 지하철은 사람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고, 움직일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나는 지하철 문에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 그러다 꽃을 만났다. 가까이에서 보니, 지하철 문에는 수많은 꽃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여태껏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발견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바람직하겠다. 바로 그때, 나는 내가 지쳐있다고 생각했다.
2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서 더 나은 삶을 바라는 것은, 바람이 빠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일과 같다. 페달을 아무리 열심히 밟아도 앞으로 나아가질 않으니 누구라도 금방 지치게 되어있다. 근성 있게 버티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그때는 무엇보다도 자전거를 멈추고 바퀴를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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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가기 전엔 푹 쉬어야지. 다시 몸을 일으키고, 걷고, 일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오랫동안 퍼져있어야지. 매일 좋아하는 책과 영화를 보고, 팟캐스트를 들어야지. 시계도, 달력도 보지 않으며 영원히 살아갈 것처럼 하루를 보내야지. 좋은 풍경을 보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술을 마시며 일주일을 보내야지. 어제인지 오늘인지 내일인지도 모르는 채 시간을 흘려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