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성용 Mar 09. 2021

그렇게 글 쓰는 사람이 된다


1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저녁을 준비할 때다. 이전에는 몰랐는데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이 참 소중하고 기쁘게 느껴진다. 요리를 할 때는 오로지 요리에만 집중한다. 한 끼를 즐거운 마음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부엌 위에 온 신경을 쓴다. 매일 먹는 밥인데도 왜 언제나 설레고 기대되는 것일까. 무엇이든 '밥 먹듯이' 해내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2

집에 오는 길에 아내가 좋아하는 두부를 샀다. 두부를 데치기 위해 우선 냄비에 물을 끓인다. 물이 끓으면 두부가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넣는다. 한쪽에 도마를 꺼내고 씻은 양파와 대파, 깻잎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낸다. 냉장고에서 돼지 뒷다리살을 꺼내 달군 프라이팬에 위에 올린다. 고기에 설탕을 뿌리면 간이 잘 들고 생강가루를 조금 넣으면 잡내가 사라진다. 고기가 익어갈 때쯤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 간장을 넣어 간을 한다. 그리고 준비해둔 양파와 대파를 넣어 함께 익혀준다. 채소가 살짝 숨이 죽으면 김치를 잘라 넣는다. 집에서 보내준 푹 익은 김치다. 신맛이 강한 김치에는 설탕을 적당히 넣어주면 신맛이 사라진다. 맛있는 색이 나올 때까지 달달 볶는다. 이쯤 되면 '좋은 냄새가 나네?'라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때 불을 끈다. 깻잎을 넣고 잘 섞어 잔열로 익혀준다.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둘러주고 참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아까 데쳐두었던 두부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대접에 함께 담으면 두부 김치가 완성된다.


3

음식을 제대로 완성해냈다는 기쁨도 있지만, 그것을 맛있게 먹어주는 타인의 모습을 바라볼 때 비로소 요리의 즐거움이 발현된다. 미처 한입을 먹어보기도 전에 "어때, 맛있어?"라고 묻고 싶은 조급함은 모든 요리사가 가진 미덕이다. 행복한 표정으로 내가 만든 음식을 먹어주는 아내를 바라볼 때면, 평생 이 사람을 위해 요리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4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당신의 글이 내 허기진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라는 말 한마디가 평생 글을 쓸 이유가 되었다. 그저 따뜻한 문장들을 꼭꼭 씹어 마음 한편을 채워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살아있다는 감각은 고립된 생각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을 위해 행위할 때, 비로소 우리 안에 불안을 무찌르는 힘이 마련된다. 


5

우리는 그렇게 글쓰는 사람이 된다.





제가 쓴 글과 브런치 글, 음악 추천을 메일로 보내주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눌러서 저의 메일레터를 구독해보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매거진의 이전글 봄이 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