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물을 무서워하게 된 것에는 어릴 적 수영 선생님의 영향이 크다. 초등학교 3학년쯤이었을까. 집에서 몇 정거장 떨어진 수영장에 처음 간 날이었다. 수영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꽉 끼는 수영모와 까만 물안경을 쓰고 들어간 수영장의 첫인상은 푸른 물과 은은한 소독약 냄새, 크게 울려 퍼지는 물장구 소리였다.
수영 선생님은 우리를 모두 모이게 했다. 그리고다 함께 간단한 체조를 하며 몸을 풀었다. 체조가 끝나자 선생님은 우리를 한 줄로 세웠다. 그리고 한 명씩 붙들어 올리더니 이내 수영장으로 내던졌다. 나도 속절없이 물에 빠졌다. 순간 귀가 멍해졌고 시야가 흐려졌으며 콧속으로 물이 들이닥쳤다. 두려웠다.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겨우 물 밖으로 빠져나와 컥컥 물을 뱉어냈다. 그날부터나는 수영장에 가지 않았다.
2.
반면에 나에게 수영을 가르쳐준 것은 바다였다. 강원도 강릉이라는 낯선 곳으로 이사를 갔다. 바다가 가까운 도시였다. 여름이 되면 소풍을 가듯 해수욕을 즐겼다. 햇볕에 데워져 미지근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평온해졌다. 그저 발이 닿는 뭍을 걷거나 파도에 맞추어 높이 뛰기만 해도 즐거웠다. 몇 년에 걸쳐 바다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손과 다리를 이용해 이편에서 저편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걸음마를 떼듯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그렇게 나는 바다로부터 헤엄치는 법을 익혔다.
3.
내게 삶이란 수영장에 내던져진 일과 같았다. 태어남은 세상에 내던져진 일이었다. 나는 코로 물도 먹어보고 필사적으로 몸을 휘저으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삶은 언제나 거칠고 엄격한 사랑으로 나를 가르쳤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삶에 대해 알려줄 수 있다면, 그것은 바다와 같은 방식이었으면 한다. 따뜻한 마음으로 끌어안아줄 것, 조급하지 않을 것, 어설픈 조언도 성급한 위로도 없이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봐줄 것,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 언제까지나 가만한 마음으로 기다려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