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침은 일정하게 반복된다. 먼저 알람을 두 차례 들은 뒤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잠에 미련을 두지 않기 위해서 재빠르게 이불을 정리한다. 몽롱한 정신을 깨우기에는 아무래도 먹는 것이 제일이다. 눈을 반쯤 감은채 단백질 쉐이크를 만들고 토마토나 오이를 씹는다. 쉐이크를 쭉 들이키고 나서는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 몸에 맞는 영양제를 하나둘씩 사다 보니 아침에 먹는 알약이 어느새 열 개를 넘어갔다.
화장실에서는 늘 양치질을 먼저 한다. 요즘은 변형 바스법이라는 칫솔질을 연습하고 있다. 이와 잇몸 사이에 칫솔을 놓고 짧게 미세 진동을 준 뒤 회전하여 칫솔을 들어 올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닿기 어려운 부분까지 닦을 수 있다. 그 뒤에는 세안과 면도, 샤워를 충분한 시간을 들여 꼼꼼히 해낸다. 나 자신을 제대로 만나고 챙기는 시간은 이때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얼른 씻고 나오라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자주 입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출근길에 오른다. 언제나 같은 길을 따라 역으로 향한다. 같은 길이라도 햇볕과 나무와 마음 가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가끔은 고향처럼 익숙하고 가끔은 외국처럼 낯설다. 집 근처에 대학교가 하나 있다. 아침에 등교하는 대학생들을 마주할 때면 나의 20대가 생각나서 부럽고도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모든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그래서 늘 불안하고 어설펐던 시절, 그럼에도 티 없이 맑게 웃을 수 있었던 날들이 떠오른다. 만약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떨까. 아니, 나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나는 지금이 좋다. 그런 쓸데없는 상상을 하면서 열차에 오른다.
지하철을 이용할 때는 늘 같은 번호의 출입문에서 타고 내린다. 지하철에서만 독서를 하는 습관이 있다. 이제 지하철이 아니면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 회사에 가기 전에 종종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산다. 드립 커피일 때도 콜드 브루일 때도 있지만 늘 차가운 커피라는 점은 같다. 회사에 도착하면 동료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정리한 뒤 시원한 물을 한잔 떠 온다. 그리고 한숨 같은 심호흡. 그렇게 나의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된다.
나에게 아침은 하루를 살아내기 위한 준비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안과 두려움 앞에서 일정하게 반복되는 아침은 안정적인 삶의 기반이 된다. 나는 반복적인 아침 의식을 통해, 처음 맞이하는 오늘도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몸에 되새긴다. 그렇기에 매일 동일한 아침을 보내는 일은 오늘도 어제와 같이 평온하고, 어제와 같이 행복하고, 어제와 같이 용기 낼 수 있기를 바라는 기도가 된다. 오늘도 무사하기를. 무사히 지나기를.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지도 받지도 않기를. 그런 염원을 새기는 일은 내게 다분히 일상적이고 반복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