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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Mar 30. 2019

당신의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

데루야 하나코, 오카다 게이코 <로지컬 씽킹>


논리적인 사고는 필수다


사회인이 가장 먼저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 나는 단연 '논리적 사고'라고 생각한다. 첫째로 논리적 사고가 훈련되어 있지 않다면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다른 언어로 대화하는 것과 같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 설득할 수 없다면 내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다. 내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다면 일이 불행해진다. 혹시 당신은 지금 '일하는 것'이 불행한가. 그것은 당신이 논리적인 사고를 갖고 있지 않거나, 반대로 당신 주위의 사람들이 논리적인 사고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불행하게도 다수의 경우가 전자다.


내가 첫 직장에서, 신입으로서 처음 요구받은 역량 역시 '논리적 사고'였다.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맞닥뜨리는 순간들 말이다. 어설프게 제안하고, '왜?'라는 질문이 돌아오고, 그것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끝나 버리는 상황이 반복됐다. 처음엔 '왜 이렇게 까다로울까', '너무 하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흉내 내어 '그냥 하고 싶어서 하면 안 된답니까?'라고 항변하고 싶기도 했다. 이제는 알고 있다. 그때의 나는 '한국어'로 말하고 있었지만, 논리적인 언어로는 말하고 있지 않았다.


'논리적인 사고'는 지난 3년간 내게 큰 관심사였다. 일단은 말이 통해야 뭐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운이 좋게도 동료들로부터 수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거의 모든 피드백을 기록하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설득되는 말의 요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훈련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적어도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답변'과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 내 말은 통하지 않을까?


최근 <로지컬 씽킹>을 다시 읽었다. 이 책은 내가 깨달은 것들을 더 정교하게 정리해두고 있었다. 저자는 세계 최고의 컨설팅사 맥킨지에서 근무하는 '커뮤니케이션 에디터'다. 그는 말한다. 커뮤니케이션이란 공을 주고받듯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라고. 결국 본질은 '논리적인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상대방을 설득하고, 자신이 생각한 반응을 상대방으로부터 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설득력이 없는 답변은 공통점이 있다. 크게 두 가지다.

1. 이야기에 중복, 누락, 착오가 있다.
2. 이야기에 비약이 있다.

1번은 이해하는 속도는 늦추거나 의심하게 만들긴 하지만, 듣는 사람이 정리만 잘하면 이해할 수도 있다. 그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말 사이의 갭(Gap)을 일일이 파악하는 게 귀찮을 뿐이다. 문제는 2번이다. 이야기에 비약이 느껴지면 처음부터 이해하기를 거부하게 된다.


논리적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작업을 시키지 않는다.'라고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전달자는 미리 사전에 자신의 사고를 빈틈없이 정리하고, 커다란 중복-누락-착오와 이야기의 비약이 없도록 체크해두어야 한다. 이것은 비즈니스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매너이다.

- '설득력 없는 답변의 공통된 결함' 중에서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는가?


이 책의 핵심은 두 가지다. MECE와 So What / Why So 가 그것이다. 낯선 용어 때문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힘들게 외울 필요도 없다. 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방법이다.

1. 이야기에 중복, 누락, 착오가 있다.
→ MECE를 통해 중복, 누락을 없앤다.

2. 이야기에 비약이 있다.
→ So What? / Why So?로 비약을 막는다.


1) MECE로 이야기의 중복, 누락을 없앤다.


MECE는 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itve의 약자다. 어떤 사항과 개념을 중복과 누락 없이 부분 집합으로 전체를 파악하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겹치지 않게, 빠지지도 않게 파악하기'다. 그림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예를 들면, 서비스 사용자의 플로우를 'Acquisition-Activation-Retention-Referral-Revenue'로 세분화하여 논리를 펼쳐나간다든지, 상품을 카테고리별, 타겟별, 가격대별, 브랜드별 등의 기준으로 나누어 파악하는 방법이 MECE에 해당한다.


MECE 사고방식을 활용하면, 상대방은 전달자가 생각한 '전체 집합'을 자신의 이해의 틀로 삼아 머릿속에 정리하기 시작한다. 즉, 상대방을 전달자의 논의의 장에 끌어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출처 : BizHint


2) So What / Why So로 이야기의 비약을 막는다.


이 책에서는 설득력을 얻기 위해 'So What'과 'Why So'를 습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쉽게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그래서 결론이 무엇인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우선 사실을 올바르게 관찰하고, 그 관찰의 결과를 듣는 사람에게도 이해되도록 명시하는 것, 이것이 이야기를 비약시키지 않는 첫걸음이다. 여러 개의 데이터 중에서 일정한 규칙이나 법칙성을 도출하거나 다른 정보를 이끌어내는 통찰도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So What?'과 'Why So?'로 검증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것이 훈련되지 않으면 상대가 이해하기를 거부하거나, 전달자도 듣는 사람도 모두 이야기의 비약을 깨닫지 못한 채 결론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리게 된다.


출처 : carlbusinessschool.com



3) 이 두 가지 방법으로 논리를 구성한다.


논리란 결론과 근거 혹은 방법이라는 요소가 결론을 중심으로, 세로 방향으로는 So What?/Why So? 의 관계로 계층을 이루고 가로 방향으로는 MECE로 관계 지어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이 두 가지 핵심 요소를 조합해 강력한 논리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아니, 그 자체가 '논리'라고 설명한다. 이 구조를 훈련한다면 이야기의 중복, 누락, 착오를 없애고 비약을 막음으로써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은 어렵고 복잡하지만 일견 옳은 말이다.


이렇게까지 어렵게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주목할 점은 있다. 설득력이란 '결론을 어떤 기준으로 도출할 것인가'라는, 로직(Logic)을 짜는 데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만 명심하고 있으면, 우리는 말이 통하지 않을 때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1)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2) 그래서 결론이 무엇인가? (3) 왜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4)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이렇게 보면, 일상 대화에서 상대방의 말꼬리를 잡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방에게 이렇게 추궁당하기 전에 스스로 체크해보자. 그러면 당신은 더 이상 논점을 흐리지 않고 당당하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논리적이지 않은 당신에게


혹은 본인은 논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논리적이지 않은 당신에게 말한다. 끊임없이 상대방의 반응에 주의를 기울여라. 무엇이 본질인지 잊지 말라. '나밖에 모르는 병'에 걸리지 말라.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이렇게 다짐한다. 나도 그런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늘 명심한다.


우리는 늘 경계해야 한다. 가장 최악의 상황은 나의 비논리적 언급에도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때이다. 둘 중에 하나다. 그들 모두가 비논리적 사고를 하고 있거나, 아니면 이미 그런 당신에게 체념했거나. 어느 쪽이든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정말 아쉽다. 논리적 사고나 설득하는 방법을 직장인이 되어서야 고민했다는 사실이 말이다. 만약 고등학생, 아니 대학생 때만 알았어도 내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나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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