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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Mar 06. 2019

삶을 정비해야 하는 순간

나는 이렇게 무기력함을 벗어나곤 한다


'나 왜 이렇게 살고 있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이번에는 새벽이었다. 급작스런 복통으로 잠에서 깼다. 배 위쪽에서 불편감과 통증이 느껴졌다. 검색을 해보니 위염이란다. 원인은 불규칙한 생활, 스트레스, 알코올, 커피 등등. 직장인은 으레 만성적으로 달고 사는 병이라고 했다. 탁자 위를 보니 빈 맥주캔과 과자 부스러기가 널려져 있었다.


의미 없이 보내는 날이 반복되고 있었다. 언젠가 열정적으로, 꾸준히 하고 있었던 일들이 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딱히 성과가 없어도 욕구가 솟구쳐 올랐던 것들, 일테면 글쓰기라든지 독서라든지 여행이라든지... 사라진 열정은 어디로 갔을까. 사실 직장인들 만성적인 병은 '무력감'인듯하다.


태국에는 '쌉숭(Sapsung)'이라는 단어가 있다. 정신적인 갈증을 해소하고 새로운 활력을 얻는 것, 즉 Revitalize를 의미한다. 멀리 걷는 삶을 지속하려면 '쌉숭'이 주기적으로 필요하다. 자신만의 방법과 요령이 있다면, 자신이 무기력해지는 시기를 쉽게 극복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삶을 정비하는 방 몇 가지를 소한다.




1. 방 정리하기


나는 청소와 정리를 좋아한다. 실체 없는 고민과 싸우기보다는, 눈 앞에 보이는 물건을 치우고 정리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바닥은 쓸고 닦으며, 어질러진 물건은 제자리에 놓는다. 구석에 있던 물건을 찾기도 하고, 쓸모 없어진 것은 버리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새로운 것을 시도할 의지가 생겨나곤 했다.



2. 속 비우기


속이 편해야 정신이 맑아졌다. 돌이켜보면 나는 무기력함을 먹고 마시는 것으로 해결해왔다. 그게 공허함을 달래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으니까. 그래서 한동안은 술과 커피를 마시지 않다. 밥을 먹을 때는 과식하지 않으며, 자극적인 음식을 피했다. 오래가지는 못하지만, 감각적인 전환점을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3. 나와 다른 친구 만나기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나와 결이 다른 친구들이 몇몇 있다. 하는 일도, 생각도, 가치관도 다른 친구다. 1년 중 한번 정도일까. '갑자기 생각나서 연락해봤어. 밥 한번 먹을래?'하고 메시지를 보내곤 한다. 그렇게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새로운 자극을 얻게 된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익숙해진 것들, 무뎌진 것들이 수면 위에 드러나곤 했다.



4. 일상의 불편한 것들 해결하기


평소에 불편하지만, 귀찮아서 해결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일테면 건전지가 떨어진 시계라든지, 한쪽이 들리지 않는 이어폰이라든지, 바닥을 보이는 섬유유연제라든지. 내 주변에 있는 작지만 신경 쓰이는 불편을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어느새 사고 싶은 물건이나 새로운 충동이 생겨난다. 충동구매로 자극을 얻는 것은 오래가지 않지만, 쉽게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이다. 얼마 전에 액정이 깨진 핸드폰을 3년 만에 바꾸었는데 며칠간 큰 활력소가 되었다.



5. 해야 할 일 목록 만들기

 

하다가 그만둔 것, 언젠가 해야 할 것, 미루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적다 보니 기다란 목록이 생겼다. '이렇게나 할 것들이 많은데 나는 뭘 하고 있었지?'라며 책망하기도 했다.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목표가 생기고 스케줄이 만들어진다. 그중에서 제일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어느새 다시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기대하게 된다.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 넬슨 만델라


누구나 넘어질 때가 있다. 자책하기도 하고, 모두 끝났다며 내려놓을 때도 있다. 하지만 결국 일어선다면 이 모든 건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저, 손을 바닥에 놓고 몸을 조금 일으키는 잠깐의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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