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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Jun 26. 2023

책을 내는 기쁨


오늘 새로운 책이 출간됐다. 지난 책을 펴낸 지 2년 만이다. <친애하는 아침에게>는 나의 세 번째 에세이집이다. 나는 내가 이토록 많은 책을 낼 줄은 몰랐다. 예전에 비해 쉬워졌다고는 하지만, 책을 낸다는 건 분명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낼 때마다 최대한 교훈이나 배움을 얻으려고 애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신간을 내면서 생각한 것을 정리해 봤다.


1. 책을 내면서 한 시절을 정리한다. 


2019년 봄에는 여행 에세이집 <조르바, 여행은 어땠어요>을 내면서 처음으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전의 나는 타인의 시선에 민감했다. 그래서 나를 제대로 알아가는 일에 무심했다. 나의 첫 장기 여행과 첫 글쓰기는 나를 마주하는 훈련이 되었다. 2021년 봄에는 <인생의 계절>을 내면서 어지러웠던 어린 시절을 정리했다. 미처 해결되지 않은 과거를 다시 마주하고 나의 언어로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나는 더 이상 지나간 일에 발이 묶이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2023년 여름에는 <친애하는 아침에게>를 내면서 비교적 최근에 겪은 혼란한 감정들을 정리했다. 누구나 그렇듯 나 또한 자기혐오와 불안의 시기를 한껏 지나왔다. 돌이켜보면 '살아갔다'라기보다는 '살아졌다'에 가까운 날들이었다. 내가 분투하는 모든 일들이 삶의 전부처럼 여겨지기도 했고, 동시에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혼란 속에서도 내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키고 기어코 하루를 살아가게 만든 것들이 있다. 이번 책은 그런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다시 살아가려는 나의 의지를 기록한 것이다.


2. 책을 내면서 한층 더 어른이 되어간다. 


지난 2년간 남몰래 슬럼프를 겪고 있었다. 글 쓰는 실력도, 쓰고자 하는 의지도 도무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더 이상 글쓰기가 즐겁지 않았다. 전부 그만두고 싶었다. 그때 마침 한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안이 왔다. 아침처럼 밝고 희망찬 에세이집을 내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그 뒤에도 나는 자주 흔들렸지만 지지와 응원으로 버틸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글도 예전에 비해 더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끈질기게 붙들고 견딘 덕분이다.


어쩌면 내 삶의 가장 큰 방해물은 바로 나 자신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에고(Ego)다. 더 쉽게 말하면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다. 돌이켜보면 나 자신에게 매몰되어 살았다.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자꾸만 나를 숨어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편집자와 함께 출간 작업을 하고 글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들으면서, 스스로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또한 내가 자기혐오에 빠져있는 시기에도 구독자로부터 많은 지지받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것을 잊고 있었다. 오만하게도.


3. 책을 내는 기쁨은 무뎌지지 않는다. 


이번 출간은 그리 기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세 번째 책이니까. 그런데 인쇄된 책을 받아 손으로 들어보니 마음이 뭉클했다. 내가 지나온 시절이 어떠한 질감과 색깔과 무게를 갖는다는 것. 그런 감각은 여전히 나를 떨리게 만든다. 책을 내는 일은 어렵다. 설렘과 후회가 상승과 하강으로 작용하여 몹시 괴롭다. 그러나 내가 애쓰는 대다수의 일과 달리, 책을 내는 일은 노력한 결과를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매만질 수 있다. 그러니 종이책을 사랑할 수밖에.


이번 책에는 고수리 작가님이 추천사를 써주었다. 작가님은 언젠가 내게 '책에는 귀소본능이 있어서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간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글을 쓰는 힘으로 살아가고, 그것이 다른 이의 어느 시절을 찾아가 살아갈 힘이 된다는 것. 그런 점에서 책을 쓰고 읽는 것은 아름다운 순환이다. 이 책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출간 소식을 알립니다. 

에세이집 <친애하는 아침에게>가 출간되었습니다. 온라인 서점에 입고되어 오늘부터 구매할 수 있습니다. 


"부드럽게 안아주고 무거운 어깨를 쓰다듬어 기꺼이 오늘을 기대하게 만드는 아침에 대한 감사와 발견을 담은 에세이.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이, 반복적이고 성실한 일상을 그저 기쁨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아침을 닮은 사람들’에 대해, 아침을 기대하는 소소하지만 행복한 이유들에 대해 윤성용 작가 특유의 다정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이야기한다.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랄 정도로 ‘자기혐오와 불안’의 시기를 한껏 지나 매일 맞이하는 아침이 자신을 일으켜 살아가게 했음을 깨닫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소중히 생각하며 천천히 성장하고자 하는 바람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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